지하철 선교 왜 안 막나
지하철 선교 왜 안 막나
  • 윤청광 (방송작가,논설위원)
  • 승인 2004.08.1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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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국교(國敎)가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종교를 선택해서 믿을 권리와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받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서양 종교가 마치 대한민국의 국교라도 되는 줄로 착각하고 있는 광신자들이 활보하고 있다.

요즈음도 고속 버스 터미널 근처에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피킷을 들고 있는 광신들이 설치고 있다. 요즘도 지하철 안에 들어와 승객들의 틈을 비집고 다니며 ‘××를 믿으시오! 지옥가기 싫으면 ××를 믿으시오!’를 외치는 광신자들이 있다. 그들이 떠드는 소리는 한 마디로 해서 ‘××를 믿으면 천당에 가지만 ××를 믿지 않는 사람은 모조리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의 종교를 선교하는 선을 넘어서서 선량한 시민을 협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더더구나 버스와 지하철이나 기차나 여객선 같은 대중 교통 수단 안에까지 들어와 비좁은 통로를 밀치고 다니며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종교를 신봉하는 신앙인으로서 해서는 안될 공중질서 파괴행위요 공중 도덕을 짓밟는 짓이다.

그리고 이들 광신자들은 자기가 믿는 종교를 자랑하고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어김없이 다른 종교를 우상숭배로 매도하고 다른 종교를 미신으로 몰아 붙이며 타종교를 믿는 사람은 모조리 다 지옥에 가게 된다고 떠들어 타 종교를 신봉하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하철이다. 타고 있어야할 공익요원들이 이들 광신자들을 방치 아니면 방관하고 있는 점이다. 잡상인들이 지하철 안에 들어와 값싼 물건을 팔다가 공익 요원에게 붙잡혀 끌려 나가는 것은 누구나 목격했을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눈치를 보아가며 지하철에 올라 싸구려 물건을 파는 잡상인을 보면 우선 누구나 ‘오죽하면 저런 장사를 할까’하고 측은한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도 도둑질 하지 아니하고 사기치지 아니하고 노숙자 노릇 아니하고 참으로 고달프게 참으로 열심히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고달프게 사는 잡상인은 공익 요원이 보기만하면 그야말로 여지없이 붙잡아 끌고가서 고발도 하고 벌금도 물리면서 어찌하여 그 비좁은 차칸 안에 들어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가며 타종교를 매도하고 타종교인을 협박하며 불쾌감과 혐오감을 무차별 확산시키고 있는 광신자들은 끌어 내리지 않는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중 교통 수단 안에서는 물론 어떠한 상행위나 호객 행위도 용남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특정 물건을 파는 불쌍한 잡상인 보다도 몇 배, 몇 십 배 더 크게 떠들고 가난한 잡상인 보다도 몇 백 배, 몇 천 배 더 큰 불쾌감과 혐오감을 퍼트리는 광신자는 더욱 엄하게, 더욱 철저히 단속해서 공중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의 편안함을 보장해 주어야 할 일이 아닌가?복잡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불교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떠드는 광신도는 본 일이 없다. 천주교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외치는 광신자도 본 일이 없다. 그런데 왜 유독 ××교만 서민들을 괴롭혀가며 ××를 믿지 않으면 지옥간다고 협박을 해대는지, ××교계의 지도자들은 곰곰 생각을 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렇게 복잡한 대중 교통 수단 안에까지 비집고 들어와서 수많은 서민들을 괴롭히며 떠들면 떠들수록 선교가 잘되고 포교가 잘되기는커녕 오히려 역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에서도 힘없고 배경없고 돈없는 불쌍한 잡상인들만 끌어내리지 말고 법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미친 듯 떠들어대는 선교 행위, 포교 행위가 있으면 가차없이 끌어내려 대중 교통 수단을 선교 행위 금지 구역으로 지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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