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무릎 위에 앉은 소
주인 무릎 위에 앉은 소
  • 해주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 승인 2004.08.1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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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부자집 논밭을 가느라 힘들고 지친 소는 같은 집에 사는 고양이가 부러웠다. 고양이는 빈들빈들 놀면서도 편하게 잘 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외양간에서 쳐다보니 맞은 편 대청마루에 주인이 앉아 있는데 고양이가 주인 무릎 위에서 재롱을 부리는 것이었다.



소의 어리석음을 닮은 이



“옳다구나, 바로 저 도리구나!” 라고 생각한 소는 자기도 고양이처럼 그렇게 주인 무릎에서 재롱을 떨어보려고 주인을 향해 후다닥 달려들었다. 주인이 깜짝 놀라 몽둥이를 들었다. “이 소가 미쳤나보다” 라면서.’

제 분수를 알지 못한 소의 어리석음을 보인 우화이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야 고생하지 않고 잘 사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주위를 돌아보면 자기보다 못한 이들이 터무니없이 잘 살고 있는 듯하여 울화가 치미는 이들도 많고, 줄 잘 잡아 부당하게 큰 소리 치는 꼴 보기 싫어 살맛 없다는 이들도 보인다.



참으로 잘사는 길을 망각



또 반면에 어느 줄을 잡아야 한 자리 챙길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는 이들도 동분서주 바쁘다. 안팎으로 임용이나 선거 등 자리교체가 줄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후광을 입은 자를 찾아 헤매는 모습은 더한층 가관이란다. 그런가하면 윗분의 뜻을 알아서 받드느라 너무 앞서가는 자들이 저지르는 오류는 도를 넘는다. 그래서 잘못 충성을 바친, 백유경 이야기도 생각난다.

옛날에 재산과 하인이 많은 장자가 있었다. 좌우의 사람들이 모두 그의 마음을 얻으려고 온갖 공경을 다하였다. 장자가 가래침을 뱉을 때에는 하인들이 재빨리 발로 밟아 문질러 버렸다. 그 중에 한 아둔한 하인이 생각하였다.

“가래침이 땅에 떨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재빨리 문질러 버리니, 이번에는 가래침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밟아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그때에 장자가 또 막 가래침을 뱉으려 하였다. 그러자 그 하인은 곧 다리를 들어 발로 장자의 입을 차서 입술이 터지고 이가 부러져 버렸다는 이야기이다.

대통령이 연두기자 회견에서 부패척결의 의지를 보인 부정사건이 아니더라도, 온통 돈과 권력 그리고 여자(?)에 얽힌 크고 작은 수많은 비리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일일이 통계자료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 총체적인 부패가 만연되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참으로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망각되고 부와 권세가 잘 사는 척도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서 분수 모르고 욕심부리거나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도 예사로 저지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어리석음과 그로 인한 욕망으로는 결코 행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 것이다.

‘전도의 선언’에서도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셨듯이, 처음(동기)도 좋고 중간(방법)도 좋고 끝(결과)도 좋아야 한다. 그것이 인연과보의 인과율이고 부처님께서 깨달으시고 설파하신 연기의 진리이다.



욕망으론 행복 얻을 수 없어



정말 잘 살 수 있는 좋은 길은 먼저 욕망을 없애야 보고 얻을 수 있다. 욕망과 집착만 없애면 열반의 즐거움이 가득하게 되는 것이다. 열반은 모든 욕망의 불이 꺼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0일 부처님께서 위없이 높은 진리를 깨우치신 날이다. 그리고 전국 사찰에서는 이를 기념해 법회를 비롯해 수행정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성도재일을 보내면서 부처님께서 깨달아 열반을 증득하신 연기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깊이 새겨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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