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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님’을 국민의 스승으로

불교는 말 그대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각 지역마다 각 시대마다 독특한 해석과 역사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빼어난 수 많은 수도자들의 체험이 밑거름으로 작용된다. 수행자들의 체험으로 점철되는 것이 불교의 역사이다. 마치 한 촛불에서 다른 촛불로 불이 옮겨가듯이. 인도 땅에서도 그랬고 저 중국 대륙에서도 그랬고, 우리 나라에서도 그랬다.



‘성철’ 특정 문중 스승 아니다

석가모니 부처님만으로 불교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시대마다 지역마다 뛰어난 수행자가 혜명을 이어갔던 것이다. 이른바 큰 스님들이 계셨다. 그래서 이 분들은 단지 한 문중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적인 귀의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전통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해방 전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불교도들에게 이어져왔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우러르고 귀의하는 큰 스님이 있었다.



문중 벗어난 ‘모든 이의 스승’

그런데 역사의 변동 속에 새로운 이름으로 불교종단이 만들어지면서 조계종이니 태고종이니 하는 종단들이 생겼다. 그리하여 조계종에서는 보조지눌 스님을, 태고종에서는 태고보우 스님을 각각 종조로 표방하게 되었다. 뒷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처한 문제 때문에 종단을 만들어놓고는 이 두 큰스님을 마치 계통이 다른 양 갈라놓은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다. 한국불교도 전체의 큰 스님이었던 분들을 각 본사 내지는 각 문중만의 큰스님으로 전락시키는 일이다. 일제시대에 활약했던 한용운 스님이나 백용성 스님은 결코 한 본사만을 대표했던 분이 아니시다. 더구나 불교만의 인물도 아니셨다.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그렇고, 근자에 들어 운허 스님이나 성철 스님이 그렇다. 이 분들은 당시의 불교계는 물론 민족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쳤던 어른이시다.

그런데 요즈음 벌어지는 일을 보자. 온 민족과 사회의 큰 어른이었던 분들을 단지 어느 특정 문중이나 본사만의 어른으로 작게 만들지는 않는가?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각 문중마다 각 본사마다 자기네 출신의 큰스님을 추모하고 선양하는 것은 좋다. 물론 다른 큰스님을 의도적으로 배제야 했겠는가마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듯 하다. 예컨대 큰스님들의 장례는 전국적인 행사로 치러진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추모 다례를 지내는 것을 보면 그것은 문중의 행사로 전락된다. 살아 생전에는 친견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그러나 돌아가시고 나면 그 제자들이나 몇몇 문도들의 행사로만 남는다. 연구소를 만들어 그 분의 사상을 연구 선양하는 일도 그렇다. 문중 행사로 웅크려든다.

내 문중만의 큰스님만으로 가두어둘 것이 아니라, 원래대로 우리 모두의 큰스님으로 받들고 기려야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조계종이면 조계종, 태고종이면 태고종에서 만드는 달력을 활용하면 어떨까? 근자에 입적한 큰스님들의 기일을 기입하여 종도들 전체가 알 수 있도록 공표하는 것이다. 제사를 모시는 장소도 표시해서 여러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종단적으로도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연구-추모 사업 함께 해야

이와 함께 큰스님을 기리는 연구소의 경우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큰스님 한 분만을 높이려하지 말고 그 분이 처한 사회적 상황이나 종교적 내지는 불교적인 상황을 동시에 연구함으로써 객관적인 역사 속에서 큰스님의 역할과 훌륭함을 밝혀주면 좋지 않을까? 문중이나 본사만의 어른으로 가두어 두지 말고, 그분들의 행적을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제자리에 자리매기는 일이야말로 후학들이 할 일이 아닌가? 좋은 것은 여러 사람이 누려야지 더 빛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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