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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불교교리 - 부처님의 십대제자 : 사리불(舍利弗)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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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수용하는 대지 같은 너그러움



기대를 담은 기립박수

어느 날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서 축구경기를 보았는데,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로축구경기장에 나와서 좋은 재목을 고르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히딩크감독이 경기장에 들어올 때, 2만여 관중에게서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대통령도 아니고, 외국의 국빈도 아닌데, 그만한 대접을 받은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고 해야 합니다. 한국이나 외국의 잘 나가는 분에게 박수치는 것은 형식적인 측면이 강한 겁니다. 대통령이 축구장에 왔을 때 관중이 박수를 친다고 하면, 개중에는 ‘너 좋은 시절도 이제 겨우 2년이다. 그러면 너도 별거 있겠어. 그 때까지만 아니꼽더라도 참는다 참아’하는 사람도 있을 터이고, 마침 그 대상이 아프리카의 대통령이라면, ‘그놈 참 연탄보다 더 까맣네’ 하면서 속으로 무시하는 마음을 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서, 히딩크감독에게 보내는 건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닙니다. 아마도 축구팬마다 이 파란 눈의 감독이 무언가 일을 해낼 거라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는가 봅니다. 이 네덜란드 사람이 한국축구를 잘 이끌고 갈 지장(智將)으로 모두들 판단하고 있는 듯 합니다.

부처님의 제자 중에서 히딩크감독의 이미지를 가진 분을 고른다면 ‘지혜제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리불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리불은 부처님에게 그 지혜를 인정받은 뛰어난 제자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몸이 불편할 때는 사리불에게 대신 설법하도록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시기와 질투를 받은 지혜 제일

그런데 ‘도(道)가 높으면 마(魔)가 무성하다’는 말이 있듯이, 부처님의 신임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략하는 사람도, 잡초가 슬금슬금 영역을 넓혀가듯이, 점점 생겨났습니다. 출가해서 수행자가 된 사람에게 소망과 야심이 있다면, 부처님에게 칭찬 받고, 그분의 주목을 받는 지혜의 소유자가 되고 싶어하는 걸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잘못되면 시기심으로 발전됩니다. 그래서 잘 나가면 반드시 견제 받는다는, 인간사 어느 곳, 어떤 때에도 있기 마련인 이런 시련이 드디어 사리불에게 노크하였습니다.

어느 때, 사리불이 부처님에게 말씀을 드리고, 한국 선방식으로 말하면, 운수납자의 길을 떠났습니다. 사리불이 떠나자마자 다른 비구가 부처님에게 와서 악의성 고자질을 했습니다. “오늘 사리불존자가 저를 경멸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참 난감했을 거라고 추측이 됩니다. 당신이 믿고 신임하는 제자가 다른 비구에게 악의에 찬 비방을 받는 존재로 바뀌었으니까요. 요즘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역사의 심판에 맡긴다고 하면서 사소한 떨거지들의 웅성거림에는 거리를 두었겠지만, 부처님은 이런 작은 목소리에도 정면으로 승부했습니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에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사리불존자는 발걸음을 몇 발짝도 떼지 못한 채, 다시 돌아와서 인도판 청문회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부처님이 저 비구가 한 말이 사실인지를 모든 비구를 모아놓고서 물었습니다. 청문회에서는 곤란하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그만이고, 대개 그런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부처님이 사리불에게 벌이는 청문회에는 그런 식의 은근히 슬쩍 넘어가는 방법은 통하지 않았을 겁니다.



억울한 경우에도 침착해

이 존자는 자신의 심경을 당당히 토로합니다.

“대지는 온갖 더러운 것을 포용합니다. 똥, 오줌, 고름, 피, 눈물, 침도 모두 받아들입니다. 저의 마음도 그와 같아서 모든 걸 수용하고 참고 견딥니다. 물은 좋은 것이나 좋지 않은 것이나 모두 씻어서 깨끗하게 하고, 증오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갖지 않습니다. 저의 마음도 물과 같습니다. 빗자루가 먼지를 쓸 때에 좋고 나쁜 것을 가리지 않듯이, 저의 마음도 또한 그러합니다. 아름다운 소녀가 시체를 가지고 머리장식을 하지 않듯이, 저도 시체와 같은 이 몸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다른 비구를 경멸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만약 제가 허물이 있다면 저 비구에게 참회하겠습니다.” 청문회 결과는 안 보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억울한 경우, 곤란한 경우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깜냥을 알 수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사리불이 보여준 침착함과 겸손함에 다시 한 번 고개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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