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역불교 … 활로를 찾자 ①종단간 갈등

종파별 ‘끼리’ 의식 발전 걸림돌

불교는 다종교사회에 접어든 지금도 내부 ‘이전투구(泥田鬪狗)’에 휘말려 안팎의 역량을 소멸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지역사회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며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벗어나 중·소 도시의 불교계는 심각한 경우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스님들끼리 혹은 재가자끼리 그리고 스님과 재가자 간에 빚어지는 갈등과 반목이 불교를 다람쥐 쳇바퀴 도는 형상으로 비춰지게 하는 것이다.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무너지는 지역불교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가.

대도시를 비롯한 몇몇 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불교발전을 저해하는 최대 걸림돌은 종단간 갈등이다. 이들 지역에서 보이는 종단간 갈등은 단순히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 지속되면서 분열을 낳고 심지어 한 지역에 두 개의 사암연합회가 구성되는가 하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중단하기도 하는 등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조계-타종단 대립 심화

중·소 도시를 비롯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종단간 갈등과 분열은 대부분 조계종과 여타 종단의 대립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모습은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조계종 사찰은 ‘조계종끼리의 단합’을, 여타 종단은 ‘우린 우리끼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같은 양상은 조계종 사찰이 4년에 한번씩 주지가 바뀌는 것에 비해 여타 종단은 대부분 한 사찰에 붙박이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촉발된 지역사회에서의 종단간 갈등은 갖가지 폐해를 낳고 있다.

“스님들 간에 의견이 맞지 않아서 올해는 부처님오신날 제등행렬도 못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전북 K시 신도회 ㅈ 씨는 종단간 갈등이 빚은 결과에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런 경우는 비단 K시에서만 빚어지는 일이 아니다. 충남 A시의 경우 몇 년전 봉축행사를 조계종협의회와 지역사암연합회가 각각 펼치는 극단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A시에서 활동하는 불자 ㄱ 씨는 “종단간 다툼 뿐아니라 비구-비구니 스님간 반목도 심하다”고 귀뜸하고 있다. 심지어 충북 J시에서는 한 사찰에서 종단이 다른 이웃 사찰의 불사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시에 진정을 내, 시청 직원들이 역으로 불교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합회 ‘개점휴업’ 원인

경기도 S시는 특정 종단에서 연합회 회장을 맡으면 다른 종단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 이같은 경우는 S시 뿐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S시 불교연합회 ㅇ씨는 “상호 불신이 팽배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지역사회에서 불교활동을 이끌어야 할 사암연합회의 해체나 ‘개점휴업’상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청주나 의정부처럼 속내를 떠나 연합회 일에 상호 협력하는 경우도 있으나, 종단간 갈등과 분열상을 드러내는 지역 사암연합회는 한 두 곳에 그치지 않는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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