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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정치 영원한 애국자

기자명 신규탁
조용하면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남한의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 초청을 받아 북한을 공식방문했다. 남한에만 한정하여 보면 해방 이후 크고 작은 일이 늘 있었지만, 한반도로 시야를 넓혀 보면 이 만큼 큰 일도 없을 것이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최초의 영화는 “전쟁과 여교사”이다. 장동휘, 박노식, 허장강, 최무룡, 그리고 윤정희 등의 배우가 나오는 영화였다. 초등학교 그러니까 당시에는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한 여름 밤에 상영되었다. 산골에 있는 외딴 분교의 여교사가 등장하고 빨치산 토벌이 배경이 되어 펼쳐지는 반공(反共) 영화였다. 내 윗 저고리 왼쪽 가슴에는 언제나 반공이라는 리본이 달려있었다. 때로는 승공(勝共)이라는 리본을 단 적도 있었다.
나는 이제 나이 40을 좀 넘었고, 나의 부친은 금년으로 71세가 되셨다. 당신께서는 6·25 전쟁 때에는 ××사단의 사병으로 백마고지 전투에 참가하셨단다. 치열한 전투로 유명한 철원의 백마고지 말이다. 7년이나 걸리는 긴 군 생활을 하셨다. 20살 갓 넘은 어머니의 기억 속에는 “동짓달 난리”의 추위와 함께 공산당이 기억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북한의 최고 책임자 김정일을 우리 대통령이 만난 것이다. 국토의 통일과 민족의 통일이라는 지상의 목표를 머리에 이고 말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우리는 북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문제는 이것이다. 통일이라는 지상과제를 백번 수긍하더라고, 백마고지 전투에서 사라져간 전우의 죽음과 동짓달 난리의 고생 등을 잊지 못하는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
물론, 남한에서는 정부나 학계 그리고 많은 민간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북한 주민과 그곳의 정치 지도자를 구별하여 보는 안목을 키워오기는 했다. 단순화 시켜서 말하면, 북녘 동포도 다 우리의 형제로서 죄가 없지만 다만 일부 못된 지도자들이 문제이다라는 식의 안목 말이다. 이런 안목을 바탕으로 북한에 쌀을 보내기도 했고 비료를 보내기도 했다고 믿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남한은 남한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각자의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한 애국자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접할 것인가이다.
일본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죽은 장병들의 영혼을 ‘야스구니진자’에 모신다. 당시의 일본이 전쟁 침략국이었음은 역사가 증명하지만, 그럼에도 거기에 묻힌 이들은 일본의 애국자이다. 일본 정부의 최고수반인 수장인 총리대신의 ‘야스구니진자’ 참배는 현재로서도 딜레마이다. 그런데 우리의 딜레마는 양상이 또 다르다. 남북한의 주민들이야 한 동포로서 서로 얼싸안을 수 있겠지만, 양 진영의 정치적.사상적 지도자들이 어떻게 서로를 포용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제부터는 이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라를 위해서 목숨 바치는 삶이 대접받고, 자신을 버리고 일체중생을 섬기는 삶이 영원히 칭송되어야 할 것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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