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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는 사람들

기자명 공선림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양력 5월 8일,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불교 최대의 명절이니 만큼 교계 곳곳에선 준비가 한창이다.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곳도 있고 기획 회의에 새로운 안을 짜내는 곳도 있다.

뭐니뭐니해도 부처님 오신날 준비의 기본은 연등만들기. 워낙 손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오래도록 작업을 하기 마련이다. 동지부터 준비했다는 스님이 있는가 하면 한 달 전부터 스님과 전 신도들이 달려들어 ‘등 만들기 체제’에 들어가는 벼락치기 스타일도 있다.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전한다.



<사진설명>한양대 불교학생회 소속 대학생들이 연잎을 접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 꼬리를 무는 기획회의


“동자승 출가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있어요? 돌볼 사람들은 어떻게 하죠?”

“10페이지에 나와 있구요. 예산에 대한 가안을 책정했는데 아르바이트를 붙여야합니다.”

“보살님들이 돌봐주시면 어때요?”

“절에서 자야 하기 때문에요. 밤 시간에는 힘드니까요.”

“먹거리 장터는 몇 군데 신청을 받을까요?”

“아. 소방계획은 어떻게 됐죠? 소방 점검은 철저해야 한다구요.”

“소방서 측과 얘기를 해놨습니다. 당일 6명의 소방관이 대기한답니다. 기존 전각 내에 있는 소화전 외에 휴대용 소화전 30개를 준비했습니다.”

“건물에 비치된 것은 쓸 수 있는 건지 관리과장이 다 확인하세요. 안되는 것은 교체해야 합니다.”

4월 7일 오후 3시. 봉은사 회의실에서는 봉축준비위원회 7차 회의가 한창이었다. 3월부터 매주 한번씩 열린 준비위원회 회의는 이제 일곱 차례에 이어졌다. 이날 회의를 마지막으로 본격적으로 ‘봉축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업무와 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회의는 스님, 신도회, 종무원과 청년회원 등이 모여 행사 내용을 정하고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봉축을 위해 챙겨야 하는 것은 5월 1일부터 진행될 8일간의 정진기간 프로그램을 비롯 부처님오신날 당일 등 접수, 공양 국수 3만 그릇 만들기, 배분에 동원될 자원봉사자 일정, 당일 신도회 주관 장터, 코엑스몰에서 배포할 컵등 만드는 일까지…. 챙겨야 할 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화려하게 등으로 장엄된 사찰의 빛나는 모습 뒤에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발로 뛰며 손으로 만드는 노고를 쏟아 부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오신날을 기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스님과 신도, 종무원이 함께 하고 있었다.



<사진설명>서울 보훈병원 법당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함께 등을 만들고 있다.


# 점심시간 쪼개서 등 만들어요


지난 4월 9일 점심시간.

서울 보훈병원 법당에서는 스님을 비롯해 병원직원불자회원, 간병 자원봉사자 등 10여명이 함께 모여 연등과 컵등을 만들고 있었다. 이미 컵등 350개는 만들어서 상자에 담아 대전 보훈병원에 보냈고, 서울 병원에서 나눠줄 컵등과 법당에 달 등을 만드는 중이었다.

서울 법당에서 4월에 들어서야 지난해 등을 내리고 새 등을 만드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시설 장비과에서 일하는 김윤근 씨는 4년째 이곳 법당에서 등 만들기에 참여한다며 법당 청소에 한창이다. 일년 가운데 등을 뗀 며칠 안 되는 기간 동안만 천정에 설치된 환풍기를 청소 할 수가 있으니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청소가 끝난 후에는 등을 만들고 거는 일을 도왔다.

“받는 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생각하고 만들죠. 연잎을 붙일 때는 거기에 몰입해 잡념도 안 생기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점심시간에도 오고 직원 법회 때도 오고 틈틈이 와서 도와드려요.”

점심을 먹고 난 뒤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틈틈이 등을 만들어 4월 셋째 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연등은 연꽃 모양 그 자체만으로도 예쁘지만 이곳 병원 법당에서는 환자들의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까지 담아 등을 만들고 나눈다.



#밤 11시, 그림 삼매에 들다


장엄등 규모나 종류면에서 교계에서 손꼽히는 능인선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4월 7일 밤 11시에도 야외에 비닐 천막을 덮은 장엄등 제작소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아니,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장엄등 사이에서 양복차림의 거사들은 장엄등 운반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었고 한 켠에서는 장엄등 그림 그리는 작업에 몰두한 사람들이 있었다.

매일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냐고 묻자 손을 내저으며 아니라고 오후 10시까지라고 작업시간을 적은 표를 가리키지만 벌써 며칠째 새벽 2시까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터였다.



<사진설명>능인선원 장엄등 제작실. 신도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낮 시간에는 주부들이 주로 참가해 장엄등에 색을 칠하고 오후와 저녁 시간에는 학생들이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등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단다. 이날 남아서 그림을 그리던 사람은 봉축단장 진명행 보살과 보명안 보살. 미술을 전공한 덕에 낮에 그린 장엄등 바탕 그림에 음영을 넣거나 눈을 그리는 마무리 작업을 주로 한다.

지난해 만들어진 장엄등 48위와 함께 올해 56위의 작품을 만들어 이번 연등축제 때는 104위의 장엄물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밤 늦게까지 작업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한겨울에 작업할 때 좀 추웠다고 얘기해 이들의 봉축 준비가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됐음을 알게 됐다.

“누가 시켜서 하나요. 등 만드는 작업을 하니까 신심이 많이 돈독해지고, 좋은 법우들을 많이 알게 돼서 좋아요. 집에서 음식을 해 가지고 와 일하면서 나눠먹고 하다보면 서로 아껴주는 마음이 많이 생기구요.”

현장에서 라면과 떡국을 끓여 먹고 집에서 해온 잡채 등을 나눠 먹는다며 호호 웃는 모습에서 작업장이 보살들의 즐거운 축제의 장이 된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대학생 불자의 힘!


우하하하! 동아리 방밖으로 대학생들의 젊고 즐거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방문을 열자 향 내음과 함께 불단과 그 앞에 차려진 낮은 탁자, 그리고 그 위에 수북하게 쌓인 연잎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수요일 오후 정기 법회를 막 마치고 연잎 접기에 나선 20여명의 대학생 불자들은 서로 농담을 하기도 하고 서로 접은 연잎을 살펴보며 잘됐네 못됐네 평하며 연잎 접기에 한창이었다.

99학번으로 올해 5년째 학교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맞는다는 김기태 씨는 “종이 끝을 손톱으로 짧게 잡아 손톱만을 사용해 연잎을 돌려 말고 풀을 찍은 후 다시 돌려주면 모양이 예쁘게 나온다”며 경륜에 걸맞는 노하우를 소개했다. 못 만든 연잎은 과감하게 구기는 ‘강도 높은 코치’를 통해 후배들에게 적당한 자극을 준다고 귀뜸하기도.

이미 한 차례 철야를 했다는 이들은 앞으로도 2차례의 철야 작업으로 연등을 완성할 계획이란다. 연잎 작업중에는 간간히 중간고사에 대한 부담감에 걱정도 배어 나왔다.

철야 작업때는 70년대 학번 선배들도 초청해 같이 등을 만들고 옛날 얘기도 듣는다. 어렵사리 모은 동아리 회비로 연잎을 장만해 졸업한 선배를 초청해 이야기하고 정성들여 ‘작품’을 만들다 보면 정도 쌓이기 마련이다.

“피자 왔습니다”

갑자기 동아리방 문을 열고 쏟아진 이 한마디에 몰리는 반가운 시선.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들 피자 한 조각씩 손에 들고서 다시 왁자지껄한 대학 동아리의 모습은 재연됐다.



행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땀과 시간은 수많은 추억으로 남는다. 이들은 의기 양양하게 여러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작품을 보일 부처님 오신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연등축제 당일 혹은 부처님오신날 하루라는 짧은 시간 선보일 자신들의 노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부처님오신날의 의미을 되새기길 기다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봉축일을 준비하는 매일매일이 축제처럼 즐겁다. 자신과 함께 하는 수많은 부처님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공선림 기자 kn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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