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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의 고위공직 소외

기자명 공종원
최근 조계종의 기관지 주간 불교신문이 창간 40주년을 맞아 실시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는 불교인들에게 큰 충격이다. 이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종교이며 현재에도 가장 큰 종교인구를 가진 불교가 현 정부의 고위공직에서 전적으로 소외를 당하고 대신 개신교와 가톨릭 등 기독교인은 엄청난 편애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최고위 지도층 1백명 가운데 개신교인은 42명, 천주교인은 20명으로 기독교를 믿는 공직자가 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불교 신자는 9명에 그쳤으며 무종교인은 26명, 기타 종교인은 3명이었다. 조사대상이 된 기관이 청와대, 행정부, 사법부, 군, 검찰, 경찰 등 현정부 주요 부서이며 그 대상 공직자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명직이란 점이 특히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여기에 뽑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어떤 자격을 가졌건, 어떤 품성의 인물이건 문제가 아니라 오직 대통령이 적임자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인물인 셈이다.

더 구체적으로 이번 조사에서 개신교도로 드러난 인물들은 박태준 국무총리, 김정길 법무장관 등 행정부의 장관급 이상이 14명, 한광욱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이 5명, 변재승 대법관 등 사법부 대법관 이상이 14명, 길형보 육참총장 등 군 핵심장성이 5명 등 정부 요직에 두루 걸쳐있었다. 또 가톨릭 신자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최종원 대법원장, 이종남 감사원장, 엄익준 국가정보원 2차장,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그리고 장관 중에는 문용린 교육, 조성태 국방, 김성훈 농림, 박지원 문광부장관 등 6명이 포함돼 있었다.

물론 대통령이 임명직 공직에 누구를 앉히든 용훼할 일은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권한에 속한 일이고 재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공직자들이 유독 무능하다거나 무자격자라고 시비하자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이 나라 최고 공직자에 유난히 기독교인은 많은데 불교인은 적다는 점이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1998년의 인구센서스에 나타난 종교인구 현황에 의하면 전체 인구 중 불교인은 23.3%, 개신교인은 19.7%, 가톨릭 인은 6.6%로 나타나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 비례로 하면 이 나라의 주요 공직에도 그런 비율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백보를 양보해 불교인을 제일 많이 등용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기독교인과 같은 수준으로는 배려해야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불교인은 기독교인에 비해 무려 6분의 1도 안되는 공직을 배정받고 있다.

불교인을 소외하고 무시해도 정도문제이지 이 정도로까지 불교인을 짓밟고서도 이 정부가 태연하다는게 이상할 뿐이다.

이런 현실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이 나라 불교인들이 유난히 무식무지하여 고위 공직에 앉을 만한 자격자가 극소수밖에 없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유독 불교를 싫어하고 기독교인만 편애한다는 것이다. 이중 어느 것이 진정한 이유가 되건 불교인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분개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직면해서도 아직까지 불교종단이나 불교인이 아무 말을 못하고 있다면 이 또한 부처님의 정법수호에 큰 변고라고 할밖에 없다.

불교 무시 현상은 물론 지난 김영삼 정부시대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적어도 사회의 주요 언론매체가 대통령의 청와대 예배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만큼의 적극적인 견제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용기있게 거론하는 언론도 없고 그 때문에 종교편향은 한층 더 심화되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공종원/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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