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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에 얽힌 추억

  • 사회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창고 보수하고 나온 각진 나무, 집짓고 남은 합판, 집 지을 때 주워 모아둔 못들, 바랜 듯하게 녹색 감도는 회색 페인트-평상을 짜는데 쓰인 재료들입니다.
사람을이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고 무심히 평상에 걸터앉곤 합니다.
동근 도래상을 놓고 빙 둘러앉아 소담스럽게 푸성귀 한바구니 담아내어 점심을 먹기에는 더 없는 곳입니다. 땀 흘리며 일하다 평사 위에 고단한 몸 풀어놓고 잠시 쉬노라면 늘 떠오르는 것은 어린시절 친정집의 여름풍경입니다.
그늘과 바람을 찾아 옮겨 다니며 마른 빨래를 접고 고구마잎 줄기며 머윗대의 껍질을 벗기던 곳은 평상이었습니다. 수박, 참외, 삶은 옥수수를 먹던 곳도 평상 위입니다. 함석 양동이에 수박, 참회를 넣고 줄을 매달아 우물 위에 동동 띄워 두었다 꺼내 먹던 풍경은 냉장고가 있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한여름 늦은 오후에 할머니와 어머니의 신기에 가까운 칼국수 반죽과 밀대로 밀고 써는 과정을 지켜보던 곳도 평상입니다. 밀대로 밀가루 반죽을 늘려 가는 것이 쉽게도 재미있게도 보여 귀퉁이에서 눈치 보아가며 해보았지만 늘어나기는커녕 어째서 그렇게 찢어지고 들러붙기만 했던지. 나이 들어가면서 할머니의 신기에 가까운 솜씨를 재현할 만큼 되었으니 이 여름이 가기전에 열무 겉절이와 애호박 나물 곁들이 칼국수를 제대로 만들어 먹을까 합니다. 평사위의 칼국수 만찬이 예전 그 맛이 나기나 할는지 모릅니다. 그 맛을 내 보겠다고 해 보아도 영 신통치 않아 '밀가루 탓인지 손맛 탓인지' 그렇게 탓이나 하며 옛맛 그리워 할 따름입니다.
여름날 친청 집의 낡은 평상에 누워 바라보던 하늘에는 하얀 강이 거꾸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어린 가슴이 견우와 직녀를 상상하고 꿈꾸게 했던 그 은하수를 지금은 볼수 없습니다, 그나마 이 평상 위에서 무슨 무슨 자리라고 이름 붙여진 별이라도 볼수 있으니 다행인가 합니다. 자원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평상이 퍽이나 현대적인 이 집에서 그리운 지난 시간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구실을 톡톡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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