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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에 홀려 道를 잃어버려서야

기자명 법보신문
영원성이나 절대성을 향하는 인류의 바램은 어쩌면 운명이다. 사람들이 누구나 자신의 유한함과 부족함을 알고 있는 한 더욱 그렇다.

이것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영원한 절대에 대한 갈망은 더욱 크다. 보통 사람도 그런데, 신앙을 하는 사람은 더더욱 교리나 교주의 절대성과 영원성을 조금도 의심치 않는다. 그리하여 그 영원성과 절대성에 의지하여 유한하고 상대적인 자신의 한계가 메워지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에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단다. 석가모니가 부처로서 대접받는 것도 바로 유한성과 상대성을 완전하게 이해하여 그것을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빌자면 이 세상의 만들어진 모든 것은 무상하단다. 그것을 한자 문화권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만들어진 이상 국가도 무상하고 정권도 무상하고, 나아가서는 이 세계도 무상하다.

그러니, 무상한 것들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 석가모니의 가르침이다. 그래야만 자신과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여러 현상들을 제대로 볼 수 있고, 그리하여 그것에 대응하는 바른 방식이 나온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게 있다면 제행무상이라는 세계관 그것 뿐일 것이다.

불교가 인류 지성사에 남겨준 위대한 교훈은 무상성에 대한 통찰이다. 그리고 불교사의 위대한 논사들이 보여준 업적은 그 시대마다 당면한 집착을 분명하게 자각하고 그것이 무상함을 논증해준 것이다.

지각의 대상의 일종인 색(色)의 실재성에 집착한 이들을 위해서 그것이 무상함을 논증했고, 무엇을 아는 작용의 일종인 식(識)의 실재성에 집착한 이들에게 그것이 무상함을 논증했고, 교학의 영원성에 집착한 이들을 위하여 그것의 무상성을 논증했다.

불교가 이미 기성의 교단으로 자리잡다보면 나름의 권위가 거기에 달라붙기 마련이다. 그러나 생명력이 있는 가르침으로 불교가 대접받던 시기는 언제나 그런 권위를 슬기롭게 헤쳐 나아갔다. 외형적인 형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수행법에 대하여 당나라의 선승들은 마음의 자각을 강조했다. 그들은 생명체이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반성하는 힘이 자신의 내부에 있음을 일깨워주었고, 그 힘에 의해서 집착에서 벗어날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거기에 집착한다면 없는 것만 못하다. 금가루가 아무리 귀하나 눈에 들어가면 눈병을 일으킨단다. 풍랑에서 구해준 뗏목이지만 평생 그것을 등에 지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불교의 경전이 참으로 귀하지만 그것에 집착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짐이 되어 돌아온다. 부처를 사모하고 귀히 여기느라 자신을 잃어버린다던가, 혹은 자신의 깨달음을 소중히 여기다 일생생활을 소홀히 한다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짐이 되어버린다.

향엄지한 선사에게 한 무명 선승의 말 “어떤 성인도 사모하지 않고 자기의 심령마저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지” 이것이야말로 일 천 성인이 출현한다고 해도 그런 수행자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도를 탐구하다가 그만 도에 홀려버린다면 그것도 도리어 짐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도를 탐구하는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뒤돌아보고, 일상생활 속에서 도를 탐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이런 삶은 어떨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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