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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사찰재해관리 시스템 갖추자

기자명 보광 스님
지난 해 태풍 루사로 인하여 김해, 강원, 호남지역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방송에서는 피해지역을 연일 보도하면서 전국민적인 수해의연금모금운동에 들어갔으며, 정부에서도 이 곳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하여 복구에 박차를 가하였다. 이때 우리 절에서도 신도회에서 모금을 하였으나 전달 방법에 두 가지 주장이 엇갈렸다.

하나는 방송국에 모금액을 전달하자는 주장과 다른 하나는 실지로 피해를 입은 사찰에 직접 전달하자는 주장이었다. 전자는 다른 종교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절 이름이 방송에도 나오며, 불교계의 체면도 살릴 수 있다는 논리였고, 후자는 지금 한푼이 아쉬운 사찰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실질적인 보탬을 주자는 것이었다. 두 가지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었으나 우리는 후자를 선택하였다. 필자의 제자가 있는 강원도 설악산 울산바위 밑에 있는 월해사(月海寺)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접하였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는 다시 올 장마가 걱정이 되어 월해사를 찾은 적이 있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정부에서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도 되었으며, 의연금이 많이 모아졌으므로 국가로부터 재해기금을 받아서 복구가 되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막상 가서보니 복구는커녕 엄두조차도 내지 못하고 아직도 망연자실하고 있으며, 금년의 장마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들은 재해기금을 지원 받기 위하여 중앙재해대책본부와 보건복지부 소속의 재해대책협회 등 관련기관에 호소도 하고 팔방으로 뛰었으나 ‘자연재해대책법’의 어느 구절에도 종교단체는 재해구호대상이라고 명시되어있지 않으므로 구호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재해대책본부의 ‘부처별 소관사항 및 재원별 부담률’ 분류에서도 사찰이나 교회는 행정자치부 소관도 아니고, 건설교통부의 사유시설에 해당하는 주택으로도 분류되어있지 않으며, 문화관광부 소속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보건복지부에서도 관장하지 않고 있다.

특히 사찰에서는 스님들의 주거공간이 함께 있으므로 건설교통부와 행자부 및 보건복지부에도 관련이 되며, 종교시설이므로 문화관광부 소관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으므로 인하여 만약 사찰이 피해를 입어서 대중들이 사망을 하더라도 사망자의 명단에조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스님들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 우리 불자들이 애써 모은 수해의연금의 구호대상에서 사찰과 스님들이 배제된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수해의연금을 공공기관에 낼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종단에서 직접 모금하여 피해사찰에 전달하는 것이 어떤가라고도 생각해 보았다. 만약 이러한 자구책이라도 마련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천재지변에 대한 재해대책은 어떻게 마련하여야 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낸 성금과 세금으로 정부의 공공시설을 우선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로 개인들에게 생색을 내고 있다. 사찰의 직접적인 기관인 문화관광부의 지원 대상에는 국가지정문화재, 국가지정(위탁)문화재, 지방지정문화재, 체육시설, 문화관광부관리 공공시설, 국민관광시설에만 한정되어 있다. 먼저 사찰에는 대중들의 주거공간이 함께 있으므로 요사채 등은 건설교통부의 주택에 포함시켜야 하며, 법당이나 종교시설물은 문화관광부의 종교시설을 삽입하도록 촉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개별 사찰로는 어려운 정책적인 문제가 있으므로 종단이나 종교인 연합체 등에서 적극적으로 건의하여 자연재해대책법을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법개정이 어렵다면 소극적이긴 하지만, 종단에서 자연재해 사찰을 조사하고 모금하여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보광 스님(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장)

bkhan@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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