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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수련,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

기자명 심산 스님
군 법사를 마치고 통도사 승가대학에서 큰절의 묘미에 빠져 공부하고 있을 때 종무소에서는 여름수련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 진행할 지도 법사를 학인들 중에서 찾고 있었다. 본래 관심 가졌던 부분이라 동참하기로 했다. 짜여진 일정에 충실하다 보니 다소 경직된 원칙 지상주의의 편협한 모습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통감하면서 산사의 여름 수련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동참한 모든 이에게 행자복을 입히고 흰 고무신을 신게 하고 주머니에는 어떤 것도 소유하지 못하게 하면서 단기 출가의 개념으로 진행된 수련회는 신선함 자체였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첫째 침묵을 통해 철저히 자신과 자신의 내면과의 많은 대화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사실 침묵을 위한 묵언에 얼마나 충실했던지 서로 인사하는 시간조차도 배려하지 못한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둘째는 시계를 차지 못하게 함으로서 그동안 우리의 삶이 얼마나 쳇바퀴 돌 듯 흘러 왔는가를 느끼게 했다. 우리네 일상에서 보면 때로는 시계바늘 끝을 따라 다니는 삶에 익숙해져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수련회에서는 자신의 주관적 의지작용에 의한 시간 다투기는 무의미한 일이다.

셋째는 법당이나 공양간이나 어디든 일단 이동을 할 때에는 한 줄로 차수를 한 채 걷게 했다. 흰 고무신에 행자복을 입고 가지고 온 모든 소지품은 보관함에 보관하고 오직 수행을 위한 가장 단순한 조건으로 움직이는 행동거지는 그대로 수행자일 뿐이었다. 삶의 최상을 위한 군더더기가 다 떨어져나간 느낌이라고 할까! 이런 저런 기억들도 어느덧 십 년의 세월을 훌쩍 넘긴 추억 속에서나 돌아볼 일이 되었다.

이제 그런 추억의 향수가 잔잔한데 또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전국의 많은 절들이 여름수련회를 준비하고 있는 줄로 안다. 저마다 각 절들이 가진 여건에서는 아마도 최고의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다. 처음에는 송광사가 단연 선구자적인 모범 사찰로 인식되었다. 오랜 연륜도 그렇고 진행의 담백함이 더 호감 가는 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수련회를 준비하는 몇 가지의 생각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는데, 그 첫째는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스스로 찾아온 수행의 공간임에도 조금은 쉽게 지나가고자 하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럴 때 그들을 위한다고 편하게 해주면 오히려 나중에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할 때는 힘겹지만 결국 힘겨웠던 기억만이 오래 남아 나를 지켜주는 것이다. 가령 발우 공양이 힘들다하여 형식적으로만 행한다면 그 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들은 그냥 묻혀버리고 만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한에는 편함보다는 제대로 행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는 원칙이 지켜질 때 힘겹지만 보람을 느낀다. 상황을 따라서 수시로 변하는 일정은 오히려 혼돈이다. 서릿발같은 호령이 함께 하지는 않아도 잔잔하게 원칙이 지켜질 때 안정과 저력을 느끼게 된다. 셋째는 깔끔해야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신선한 것은 구질구질하지 않음이다. 수련 일정에서부터 앉는 좌복, 잠자리의 이불까지도 모두 정돈된 깨끗함이 함께 해야 한다. 넷째로는 자연의 좋은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다.

새벽의 도량석 소리에서부터 심금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새들의 지저귐도 우리에게는 더 없는 재산이다. 이런 기본을 세워서 이 나라의 정신문화를 이끌어 가는 가장 바람직한 심성정화 수련과정으로 산사의 여름 수련회를 정착 시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 불자들도 태국처럼 의무적인 출가는 아니더라도 단기 수련을 자신을 돌이켜보고 향상시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모든 게 편리해지고 때로는 느슨해진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서 산사의 여름 수련회에 참여해 보자. 그렇게 단 며칠만이라도 스스로를 챙기고 뒤돌아보는 수행의 시간을 가진다면 건강한 여름, 건강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참다운 불자로 거듭나는 신선한 기회가 될 것이다.


심산 스님(한나래문화재단 이사장)

sshy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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