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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한문학당 참가기 - "참 나를 찾는 기회였어요"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한반도 최남단, 해남 땅끝마을에 자리한 미황사(주지 금강 스님)는 매년 여름, 겨울방학에 초등학교 4~6년생을 대상으로 한문학당을 연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배울 수 있는 미황사 한문학당.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계속된 1차 한문학당을 마친 수강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미황사 홈페이지에 남긴 참가기가 지금 인터넷 안에서 조용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학생의 글을 소개한다.〈편집자〉



글쎄요, 쑥스럽지만 제가 미황사에 오게 된 동기는 아무래도"부모님의 강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학년에 올라와서 선생님께 욕설을 퍼부어 5일 동안 사회봉사(정학)도 당하고 많은 물의를 일으키던 나의 방황에 이정표를 세워주겠다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아서인지,"그런데 가기 싫어"라는 말을 하기엔 자존심이 너무 셌던지, 오히려 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당하게 왔습니다.

첫날. 새벽 4시 기상, 평소 3시에 자서 12시에 일어나는 나로선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다음날. 원치도 않은 반장소임은 물론 한문공부, 발우공양 등 여러 가지 일들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지만,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시간들은 나의 얼굴을, 행동을 변화시켰습니다.

재미있는 친구들, 문화체험시간과 평소에 먹지 않았던 음식도 먹어보고, 내 빨래는 내가 하며, 학교에서는 청소시간마다 땡땡이치는 내가 청소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12시에나 일어나 TV를 보고 컴퓨터만 하며 빈둥빈둥 놀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 9시에 잠들기까지 벌어지는 많은 일들, 지금까지 지내온 날들을 비교해 보면 제가 앞으로 어떻게 보내야 할지 잘 알려주었습니다.

또 하나 더 배워간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비록 7일간이었지만 자연은 나의 오감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리움을 느끼게 해준 대자연의 품을 난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김○○





미황사로 떠나기 전 나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고 12시간동안 반가부좌를 하고 그 상태로 7시간동안이나 한문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처음에는 끔찍하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해가 채 뜨기도 전에 일어나서 많은 시간의 공부를 하는 것, 그리고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임은 비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것은 내가 미황사의 거대한 아름다움에 감사함에 앞서 내가 가진 마음이었습니다. 며칠간의 엄격한 생활이 나를 변하게 했습니다. 먼저 언뜻 보기에는 지루하고 게으른, 누군가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지루하게 바라볼 수 있을 듯한 일출은 하나의 스펙터클, 즉 장관이었습니다.

다음은 미황사가 있는 색다르고 푸르르며, 싱싱한 생물들이 있는 산입니다. 모든 것은 거대한 조화로 살아가고 있어 풍부한 생명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살아온 5110일 동안에 7일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내게 주었습니다. 72명의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 저에겐 너무도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전하영(미국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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