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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불교, 그리고 가톨릭

기자명 이학종
21세기는 산업문명이 아닌 문화가 중심이 되는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것은 귀가 닳도록 들어온 이야기입니다. 새 천년을 맞이하며 온 세계가 들떠있던 1999년,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래학자들을 비롯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투어 21세기를 전망하고 인류가 대처해야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붐을 이루었지요.

이런 흐름에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20세기가 서양 중심의 사회였다면 21세기는 동양이 세계를 선도하는 중심이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과 특히 문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입어 우리 문화의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불교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었습니다. 불교계의 입장에서 이런 전망들은 분명히 싫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종교들간의 경쟁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왠지 위축되고 밀리는 듯한 흐름에 마음이 썩 개운치는 않았던 것이 20세기를 살아온 불자들의 심경이었으니까요.

21세기가 시작된지 벌써 2년째의 중반을 훌쩍 넘기고 있는 현재, 불교계는 과연 어떤 위치에 서 있을까요. 2년전의 전망처럼 차츰 자신감을 되찾고 있으며, 새로운 문화창출에 역동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지요. 문화의 세기를 적극적으로 주도할 중장기적 플랜이나 범 불교적인 프로젝트가 세워져 있는지요.

지금 현재로서는 ‘그렇다’는 평가를 내리기에 미흡한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벌이는 연등축제가 차츰 국민적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제외하면 변화나 진전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 합니다.

최근 가톨릭의 성직자들과 중심적 역할을 하는 신자들 사이에 우리 문화를 공부하는 열기가 부쩍 높아졌다고 합니다. 문양이나 공예 등은 물론이고, 불교적인 분야에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 세기 그들이 주력을 기울였던 학교나 복지, 의료 분야는 복지정책 강화에 따라 차츰 정부가 담당하는 부분이 커져간다는 판단과 함께, 우리 문화의 비중이 앞으로 점점 커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정책적으로 전통문화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지요. 벌써 상당수의 신부, 수녀 등 가톨릭 성직자들이 관련 라이센스를 획득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이런 소식은 부지불식간에 우리 문화, 그 중에서도 전통문화에 관한 한 불교가 독보적이며, 불교를 따라올 곳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불교계에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소홀히 하는 동안 가톨릭은 우리 문화의 창조적 수용을 서두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21세기가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 것은 오랜 문화전통을 가진 불교에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지 불교가 모든 것을 주도하게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혼동해선 안될 것입니다. 불자가 불교를 공부하지 않고, 불교문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21세기가 불교의 세기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목사가 금강경 주석서를 펴내고, 신부와 수녀가 불교적 전통문화의 전문가가 되고 있는 이즈음, 우리 불교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서 있습니까.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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