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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충돌론과 한국 기독교

기자명 이학종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 사태를 두고, ‘21세기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예상한 새뮤얼 헌팅턴의 이론이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그의 저술이 불티나게 팔리고, 이슬람에 대한 소개서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이슬람과 기독교와 문명의 충돌로 보는 것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지적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 감행될 경우 이슬람권 국가들의 지하드, 즉 성전(聖戰)을 치르기 위한 연쇄적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종교전쟁은 다른 어떤 종류의 전쟁보다도 충격과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절대적 신념과 관련된 것이니 양보나 타협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지난 20세기에도 각 종교들이 교세나 신념을 확산시키는 과정에서 국지적으로, 또 일부 국가에서는 전쟁수준의 충돌을 빚은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반복된 전쟁은 물론, 동남아시아의 몇몇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적 신념을 원인으로 한 갈등과 충돌들, 우리나라 각 곳에서 발생되고 있는 기독교의 불교에 대한 각종 훼손행위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갈등이 자칫 제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지 모른다는 전세계적 두려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일부 기독교(개신교) 세력의 불교계에 대한 핍박과 훼손 행위가 잇따라 교계 안팎의 우려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사찰 문화재관람료 징수 폐지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이 있는가 하면 경찰서 경승실에 불상을 모시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과의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기독교인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지요. 객관적-합리적 대안도 없이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반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교의 목줄을 죄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또 이미 전국의 많은 경승실이나 경목실에 불상이나 십자가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원주경찰서 경승실에 불상이 봉안되는 것은 막겠다는 행위는 섬뜩함 그 자체입니다.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저의가 담긴 행동은 그것이 설사 부분적으로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는 사찰이, 그 사찰이 위치한 지역이 불교계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공원으로 지정됨에 따라 공원입장료를 함께 징수하고 있는 것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불교계를 어려움에 처하게 하려는 의도적 행동이라는 점을 기독교인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사찰과 그 주변이 공원화되면서 수행과 기도라는 사찰 본연의 기능이 크게 훼손되고, 사찰 주위 방대한 임야(토지)의 재산권 행사가 정지되어 있는 등 불교계의 피해를 보상할 대안에 대한 진지한 모색 없이 일부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를 기회로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은 불교를 압박하겠다는 수법에 다름 아닌 것이지요.

상대의 입장을 먼저 살피고, 그 바탕 하에서 주장을 내세우는 성숙한 자세를 기독교계에 촉구합니다. 더구나 종교가 눈총을 받는 이 수상한 시절에 말이지요.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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