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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은 살아 있는가

기자명 공종원
며칠 전에 어떤 친구가 불쑥 이런 말을 던졌다.

“스님들이 왜 이렇게 타락했냐. 불교는 계율이 엄한 종교로 알려져 있고 조계종은 우리 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이라던데 그 조계종의 간부스님들이 룸살롱에서 질펀하게 놀아났다니 놀랍다”면서 내게 한 일간신문 칼럼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 글을 찾아보고 나 역시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기자가 “‘포살(布薩)’을 기다리며”라고 하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우리 조계종 일부 간부스님들의 부끄러운 행태를 사회에 고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지난 2월말쯤 조계종의 중진 스님 4명이 서울 강남의 한 룸살롱에서 질펀한 밤을 보냈는데 이 사실을 목격한 사람이 ‘불자로서 분격해’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이것이 교계에 오래 논란을 빚었는데도 왜 지금까지 조계종단이 이들에 대한 적절한 처리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그 하나이고, 조계종이 계율을 범한 스님들을 방치한 체 8개월의 시간을 끌다가 마침내는 이들을 참회와 근신 처벌이 아닌 중국방문 한국대표단의 일원으로 ‘포상’하는 상황을 보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다른 하나였다.

이 글을 읽고 충격을 받은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믿어진다. 사건의 전모를 모르던 사람들이 스님들을 다시 보고 불교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겠지만 그건 차라리 잘된 일일지 모른다. 참된 불교와 참된 신행을 위해선 거짓을 미워하고 위선에 분노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겠기 때문이다.

스님들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잘못이 있을 수 있고 실수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수행자들이 지켜야할 계율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그런 계율을 지키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고 계율을 범했을 경우에 적절하게 징벌을 받고 참회하는 절차와 과정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교계에는 계율에 대한 이 같은 두 가지 요구가 모두 충족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스님과 불자들이 계율을 그렇게 진심으로 지키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고 범계 후에도 징벌과 참회과정이 공개적이고 공정무사하게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 조계종에는 호계위니 호법부니 하는 부서가 범계자의 처벌을 맡고 있다지만 전통적으로 사찰에서 지켜지던 포살이나 자자(自恣)등 공개 참회의 의식절차는 지금 거의 잊혀지고 있다.

포살은 같은 지역의 스님들이 반달에 한번 꼴로 한곳에 모여 250계의 조문집인 ‘바라제목차’의 한 조목을 세 번씩 읽으며 계율을 범한 이가 공개 고백 참회하는 의식이라지만 지금은 그 비슷한 행사도 보기 어렵다. 1년에 한번 여름 안거가 끝나는 음력 7월 15일에 스님들이 모여 각자 자신의 허물을 공개적으로 대중에게 묻는 의식이라는 자자조차도 지켜진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 스님들은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되짚어보는 공개적인 반성과 참회의 기회가 없이 마음대로 생활한다는 이야기나 한가지다. 종단의 간부가 여자와 술로 밤을 새우며 십중대계를 범해도 그만이라면 호법부 등의 기구가 무슨 필요이며 승려법이 또한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1990년대에 종단사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스님들이 치탈도첩 등의 엄중한 처벌을 받았는데 과연 그 형평성도 의심되지 않을 수 없다. 세속에서 ‘有錢무죄 무전유죄’라고 하는 소리가 들리듯이 종단의 권력을 잡은 쪽은 무죄이고 그렇지 않은 쪽 스님은 유죄가 된다는 식이라면 정말 승단의 위엄과 공정성의 문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공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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