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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바꾸자

기자명 천양희
조선조 숙종 임금이 미행(薇行)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가난한 어느 움막집을 지나다 물 한잔을 얻어 마시며 집안을 살폈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집인데도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는 형편이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웃느냐고 임금이 물었다.



‘풍부하다’고 행복한건 아니다



임금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그 집 주인은 ‘이렇게 살아도 빚도 갚을 수 있고 저축도 할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소.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구려’라고 했다. 임금은 그 말이 그 집의 형편과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아 내시를 시켜 조사를 하도록 했다.

며칠 조사해 보았지만 숨겨둔 재산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임금은 그집 주인에게 재산도 없는데 무슨 재간으로 빚도 갚고 저축도 할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부모님 봉양하니 빚 갚는 것이고 우리 내외 노후를 의지할 자식을 키우니 저축이 아니냐’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에 크게 감동한 숙종은 상을 내리고 귀감을 삼도록 했다고 한다.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 싸우고 천륜이 패륜이 되는 사건들을 보다보면 숙종 때의 그 이야기가 자꾸만 떠오른다.

이 시대를 위기의 시대라고 말들 하지만 위기가 그냥 우연히 왔겠는가. 욕심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이 첫째 원인이 아닐까 싶다. 욕심을 선심(善心)으로 바꾸었다면 이토록 각박한 세상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현대인은 옛사람보다 잘 사는가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살아온 것 같다. 마음이 세상을 유지하고, 마음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피폐하면 물질이 아무리 풍부해도 잘 살 수가 없다. 물질이 풍부하다고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니며 행복지수가 높은 것은 더욱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행복지수는 가장 높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욕심 없이 살기 때문일 것이다.

옛 사람들은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마음은 훨씬 부자였다. 요즘 사람들은 그 때보다 잘 살지만 마음은 훨씬 가난한 것 같다. 가난할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 해선 안될 몹쓸 짓까지 하고 있다.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을 짐승 같은 사람이라고 들 흔히 말한다.

그러나 야생동물들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이를 탐내지 않고, 먹을 것 못 먹을 것을 가릴 줄 알며 자지 종족은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짐승에 비유하는 것일까?

지금도 조선시대처럼 미행하는 제도라도 있었다면, 그것이 저축이란 말을 할 사람이 있다면, 부모의 은혜에 대해 말한 『부모은중경』이나 자식의 도리를 말한 『예기』를 가르쳐 줄 훈장이 있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좋아질 것 같다. 적어도 지금 보다는 좋아지지 않았을까.

언제부터 이 나라가 뒤죽박죽이 되고 근본조차 흔들리게 되었을까? 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참는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이 돌아오고, 최선을 다해도 죄악만 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세상을 바로 보는 사람을 오히려 바보취급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을 융통성없는 등신으로 취급하려 든다.



물질은 풍요하지만 마음은 빈곤



어느 땐 세상이 온통 진창처럼 느껴진다. 무간지옥이 따로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러워지면 안될 것은 마음과 정신이다. 연꽃이 아름다운 것은 진흙에서 나왔어도 더럽지 않기 때문이다. 진흙 세상에서 청빈한 마음으로 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잘못 먹은 마음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바꾸자.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던 조선시대의 그 선량한 사람들처럼.



천양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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