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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합시다(?)’

기자명 철우 스님
아이들이 12년 간 고생하며 공부한 것만 해도 끔찍한 일인데, 이제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소금에 배추 저리듯 술을 먹여 명 짧은 아이들은 생을 마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세간에서는 담배에 이어 술을 끊자고 캠페인을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 두 세 사람만 만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 잔 합시다’가 인사다. 그리고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술 수입국가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것 말이다.

부처님은 술을 마시면 지혜종자가 없어진다고 하셨다. 지혜란 무엇인가? 말하자면 '슬기롭다’는 말이다.

불자가 고행을 마다하고 참선 염불을 하는 것은 마음을 밝혀 깨달음을 이루자는 것인데, 지혜가 없어진다면 마시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요즈음 아이들 말대로 하자면 '당근’이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이라도 술 때문에 스님이 여론에 오르내려서는 안 될 말이다.

『륜전오도경』에 이르기를 '사람이 되어서 술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은 죽어서 똥물지옥에 떨어졌다가 뒤에 원숭이 과의 동물인 성성이가 되며,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어리석고 아둔한 까닭으로 머리가 좋지 못하다.

술을 마시면 마땅히 사람의 마음이 마치 그믐밤에 안개가 낀 계곡의 수풀과 같아 동서를 분간하지 못한다. 현재의 지혜가 맑아짐을 막고 미래에는 어리석음의 과보를 얻는다.

술을 마시게 되면 너의 지혜종자를 끊음이니, 세세생생에 혼미해서 취한 사람과 같으리라. 부처님 말씀대로 '오계를 수지하지 않는 사람은 내생에는 결단코 사람의 몸을 잃으리라’ 했다.

또 『대살차니건자경』에 이르기를 '술은 방탕과 함부로 하는 버릇의 근본이니, 마시지 않으면 나쁜 길을 가지 않는다. 차라리 몸이 마를지언정 마침내 술은 마시지 말라. 설사 계를 무너트리고 중죄를 지어야 목숨이 백년을 산다하더라도 금계를 보호하다가 즉시에 몸이 사라지는 것만 같지 못하리라’ 했다.

사문은 금계를 지켜 진실하며 행동거지가 세속을 뛰어넘어 성인이 될 종자이다. 간담이 서늘하게 번뇌망상을 진압해서 인천(人天)의 표상이 되고 법문에 동량이 될 사람이기에 술 때문에 망신하는 스님네가 있다면 안 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



철우 스님/파계사 영산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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