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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난립과 종단 정체성

기자명 이학종
조계종의 정체성 찾기 노력이 부쩍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가 지난 10월 24일 주최한 ‘조선불교 조계종과 대한불교 조계종의 정체성 연구’ 세미나는 연구의 범위를 그 동안 의례적으로 답습해왔던 ‘나말여초 구산선문’에 머물지 않고 일제하 조선불교 조계종의 불교사까지 포함하여 그 정체성을 규명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지만 종단의 정체성을 찾고 확립시키는 것은 매우 중대하고 긴요한 사안입니다.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막연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종단의 정체성 찾기는 종단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인 동시에 종단이 나아갈 방향과 종도(宗徒)가 지녀야할 사명감을 정하는 기준의 역할을 하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계종의 정체성 찾기 노력은 지나간 과거에 대한 조사와 연구에 국한돼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조계종의 정체성 등을 해치는 일들에 대한 단속, 그러니까 ‘조계종’ 명칭사용의 혼돈상황 등을 막아내는 일도 매우 시급하다는 이야기이지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현재 한국불교계에는 조계종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종단이 무려 12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국불교 조계종, 미주(彌宙)불교 조계종, 세계불교 조계종, 근본불교 조계종, 대승불교 조계종, 여래불교 조계종, 아주(亞洲)불교 조계종…등등. 이리저리 따져보아도 8개밖에는 헤아려지지 않아 다 열거하지 못하겠지만 한국불교 대표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 이외에 조계종의 명칭을 사용하는 종단들이 이렇게 많이 난립되어 있는 것이지요. 참으로 남이 알까 민망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런 종단(?)들이 조계종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정통종단이자 장자종단인 대한불교 조계종의 정체성을 훼손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게 볼 문제는 아닙니다. 불자와 국민을 속이는 기만적 행위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역사성이나 정통성, 뚜렷한 종지종풍과 행정체계, 규모 등 종단의 기본적인 골격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종단과 기존의 종단 사이에 혼돈이 충분히 예상되는 유사종명 사용행위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 일탈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교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양식을 가지고 있다면 마땅히 종단의 이름을 바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불교집안에서 유사종명 난립이 재연되고 있는 것은 스스로는 물론이요, 조계종과 한국불교계 전체에 해악이 된다는 점을 그들은 바로 알아야 할 것입니다.

관련 당사자들의 각성과 시정을 촉구합니다. 또 종단 정체성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조계종의 적절한 대책마련도 필요할 것입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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