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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 사고 버려라

기자명 박순영
그리스의 신화에 나르시스라는 젊은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숲에서 사냥을 즐기는 아름다운 청년 나르시스는 여러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자신 잘못 관대…타인엔 냉대



그러나 그는 너무나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어떤 구애도 물리쳐 버렸다. 그 청년에게 수모를 받은 요정들이 그에게 교훈을 주고자 간절히 기도했다. 이 기도를 복수의 신이 들었다. 청년은 사냥을 하다가 갈증을 일으켜 아주 맑은 연못에 와서 목을 추기려 했다. 몸을 숙이고 물을 마시려 했을 때 그 물 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그는 이 연못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물의 요정인줄 알았다.

그는 아름다운 그 모습에 반하였다. 그를 포옹하려고 물 속에 손을 넣으면 그 모습은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인 그 요정의 매력 때문에, 먹고 자는 것도 잊고 연못가에서 서성거리며 달아나 버리기만 하는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가슴에 타는 불꽃은 그의 몸을 태워 안색은 날로 초췌해지고 힘이 쇠약해서 결국 죽고 말았다. 요정들은 그가 불쌍하여 장례를 치러주려 했으나 그의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그 대신 연못가에서 한 송이 꽃을 발견했다. 그 꽃이 나르시스(수선화)라 불리고 그의 추억을 영원히 담고 있다고 한다.



사회 전체 나르시시즘 팽배



남에게는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면서도 자신을 흠모하여 자기 속에만 빠져있는 자기애(自己愛)를 나르시시즘이라 부른다. 나르시시즘은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누구나 자신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의 시선은 모두 자기에게로 몰려있다.

모두가 자신을 향해 있어야 한다. 자기 눈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자신에게만 도취해 있다. 오늘 우리가 모두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이것은 자폐증과 같다. 자폐증은 타자의 존재와 감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자폐증에 걸린 아이들은 자기 어머니의 고통과 걱정을 전혀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나르시시즘과 자폐증은 모두 자기에게만 매달려 있는 증상의 병들이다. 자신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어야 마음이 안정되고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심각하게 사회적인 문제가 집적되고 있다. 이혼율이 높아 가면서 결손가정의 자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더욱 살기가 힘들어 진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울며 호소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도 많은데, 기득권 층의 사람들은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간의 연대를 꾀한다.

지식인들이, 정치가들이, 종교인들이, 가진 자들이 모두 자기 세계의 자기 만족만 추구한다. 조금만 눈을 돌려도 보이는 문제들이 자신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나르시시트들이다.

종교적인 체험에서 우리가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회를 경험할 수 있다. 이전에는 내가 세계의 중심이었고 세계는 내 주위를 맴돌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그 주위를 돌게 되는 전환을 이룰 수 있다.



이기적 사고 벗어나야 문제 해결 가능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고 기독교에서는 말한다. 기독교인에게 요구되는 자기 부정은 자신을 벗어나고 자기애에 매달려 있지 말라는 뜻이다. 그리고 자신의 욕심을 진정으로 버리고 이웃을 위해서 고난의 십자가를 질 각오를 하라는 말이다.

이것이 불교에서는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사성제(四聖諦)에 비견될 수 있는 내용이다. 특히 집제(集諦)는 고의 원인인 자기중심적인 무명과 애욕을 극복(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모든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 아닐까?



박순영(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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