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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영 칼럼 - 누가 생명을 박탈하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중국이 최근 우리정부에 알리지도 않고 한국인 범죄자에 대한 사형집행을 하여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물론 한국국민이 외국에서 “사형”을 당하고 있는데에도 범죄 인도 요구 등 형사주권행사조차 하지 못한 우리정부의 안일한 태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난 1997년 9월 중국 당국이 신씨 등 마약범죄자 4명을 체포했다는 사실을 한국측에 알려준 이후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신원확인조차 되지 않은 채 사형이 집행되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의 재외국민정책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알 수 있다.

뒤늦게 우리 정부가 감사관을 급파하고 주중 한국대사관과 선양(瀋陽)영사사무소를 대상으로 신씨의 사형집행과 관련된 의혹 등에 대한 확인작업에 착수했지만 이미 한 생명이 희생된 이후의 일이다.

하기야 중국정부는 금년 상반기 동안에만 무려 1100여명 이상을 사형집행 했으며, 금년 4월 한 달 동안에만 500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도 최소 1000명이 사형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날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사형집행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2001년 6월 현재 아직도 72개 국가에서 사형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120여개 국가가 이를 폐지하였다. 유럽연합의 15개 회원국은 모두 사형제도를 폐지하였고, 독일은 가장 먼저 사형을 금지하는 헌법 규정을 두었다. 미국도 역시 대부분의 주에서는 사형제도가 폐지되었다.

사형제도가 남아있는 터키 등 29개 국가는 최근 1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한 사례가 없고, 이스라엘·알바니아·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 등 13개국은 사형집행에는 특별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과감하게 사형제도를 폐지할 때가 되었다. 지난 10월 30일 여야 정치인들이 오래 만에 한 목소리로 ‘사형폐지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늘날 형벌의 목적은 범죄인을 교화시키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인격을 배양하는데 있다. ‘형무소’라는 명칭을 ‘교도소’로 고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권을 영원히 박탈하는 사형제도가 야만적인 형벌이라는 것은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사형은 범죄자에 대한 복수심을 해소함과 동시에 그 범죄인을 완전히 사회에서 축출함으로써 또 다른 희생자를 없앤다는 범죄예방적 측면이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존귀한 생명을 잃게 하는 사형은 반인륜적 범죄를 억제하는데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많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자비로운 민족이었다. 1919년 4월 11일 채택된 상해임시정부의 ‘임시헌장’ 제9조가 “생명형을 완전히 폐지한다”라고 규정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형사법제가 권위주의적이고 잔혹한 형벌로 가득 차게된 것은 일제식민지지배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지나쳐 버릴 수 없다.

죄는 미워해도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는 법률속담이 있다. 사형 당할 만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사연은 있게 마련이다. 범죄 뒤에는 형벌이라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모르는 범죄인은 없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스스로 참회하고 착한 업을 닦을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된다. 자비사상이나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의 기본계율정신에서도 사형은 인정하기 어렵다. 부처님은 “사람이 악을 저질렀어도 선한 행으로 그것을 없애면, 구름 사라진 뒤의 달과 같다”좬출요경좭고 가르치셨다.

생명문화정착을 위한 각종 문화행사가 여기저기서 지금 열리고 있다. 이번 11월 10일에는 사형폐지아시아포럼이 서울에서 열린다. 이제 우리 불교계에서도 사형제도폐지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때임을 강조한다.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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