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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 양심을 되찾으라

기자명 법보신문
지금으로부터 135년 전인 1866년 고종(高宗) 3년, 프랑스 함대가 우리나라 강화도(江華島)를 침범했다. 이때 벌어진 전투로 수많은 우리나라 군사가 프랑스 해군의 막강한 화력과 신무기에 밀려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지금의 강화도 전등사 매표소 안쪽 산성 전투에서도 우리나라 군사가 많이 전사했다.

대원군(大院君)이 천주교를 박해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우리나라를 침범한 프랑스 함대는 이때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 되어있던 귀중한 도서들을 대량으로 약탈해 가져갔고, 외규장각에 불을 질러 나머지 중요한 서책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이로 인해 우리는 영원히 복원할 수 없는 귀중한 우리의 문화재를 잃어버렸고, 영원히 씻을 수 없는 한(恨)을 가슴에 새겨야만 했다. 이때 외규장각 소장 도서를 약탈해간 것은 당시의 국제법상으로도 엄연한 범법행위요, 외규장각을 불태워버린 행위도 국제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만행이었다. 그로부터 어언 세월은 흘러 135년, 지금 우리 정부와 프랑스 정부간에는 135년 전에 약탈해간 강화도 외규장각도서의 반환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진행중이라는 협상내용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우리 국민의 분노를 촉발시키고 있다.



약탈 문화재 조건없이 반환을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약탈해간 우리의 도서(圖書)들은 무조건 깨끗이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참으로 어처구니 없게도 ‘상호대여방식’이라는 수작을 벌여, 우리의 다른 문화재를 새로 프랑스에 대여해 주고, 그 대신 프랑스도 약탈해간 우리의 외규장각 도서들을 우리나라에 대여해 주는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약탈해간 우리의 문화재를 조건없이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우리의 문화재를 대여 받아 그 문화재를 프랑스가 볼모로 잡고, 옛날에 약탈해간 외규장각 우리 도서들을 우리에게 빌려준다는 것이니, 세상에 이런 뻔뻔스럽고 악랄한 수작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프랑스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문화선진국으로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약탈문화재 반환협상을 보니, 우리가 프랑스를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약탈행위는 무력으로 위협해서 남의 재산을 강탈해 가는 국제적 범죄행위요, 야만행위다. 비록135년 전의 옛날 행위라고는 하지만, “옛날에 내가 도둑질해 간 당신의 물건을 이제 빌려 줄테니 그 대신 다른 값진 물건을 나에게 맡겨 놓으라”고 한다면, 세상에 이런 후안무치한 수작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기왕에 프랑스와 문화재 약탈행위를 언급하자면,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중인 우리의 최고문화재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 要節)도 마땅히 조건 없이 우리나라에 반환해야 한다.

세계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세계가 공인하고 있는 직지심경이야말로, 조선말기 서울주재 프랑스 대리공사가 수집하여 가져간 것이라는데, 세계적인 문화재를 가져가면서 당시의 조정에 신고하고 허가를 얻어 가지고 나갔는가?



『직지심체요절』 역시 돌려줘야



신고없이, 허가없이, 세계적인 문화재를 몰래 가지고 나갔다면 이 또한 밀반출 행위요 범죄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몇 년 전 ‘떼제베’를 팔아먹고 나서는 ‘배째라’하고, 엉뚱한 수작을 협상카드로 내밀고 있다.

1866년 프랑스 함대의 침략으로 일어난 병인양요의 치욕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다. 더더구나 약탈해간 문화재를 무조건 반환하고 잘못을 정중히 사과해도 시원치 않을 일이거늘, “옛날에 약탈해간 당신네 물건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빌려 줄 테니, 그 대신 다른 값진 것을 볼모로 맡겨라”하고 있으니 우리가 어찌 프랑스를 곱게 볼 수 있겠는가? 프랑스여, 제발 프랑스의 양심을 하루 빨리 되찾기 바란다.



윤청광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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