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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性 불평등 퇴치를

기자명 법보신문
영어권에서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서 얼마 전까지 ‘man’이라는 말을 썼다. 요즈음은 남녀 모두를 통칭하여 사람을 지칭할 때‘human being’을 쓴다. ‘man’은 여성을 배제한 말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내의 한 불교학자의 논문을 읽으면서 ‘출가교단’을 지칭하는 말로서 ‘비구교단’ 이라는 말을 쓰고 있음을 보았다. ‘비구교단’이라는 말은 ‘비구니교단’ 까지 포함하는 통칭명사라는 것이다.



남방불교 비구니 교단 인정 안해



영어권에서의 어휘사용에 있어서 이 같은 변화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자격을 지닌 인간으로 인정하게 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리켜 여성주의자들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에 대한 여성의 자각과 주체적 정체성 인식에 근거한 현실적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불교연구에 있어서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어 불교를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서 혹자는 성평등의 불법 앞에서 그러한 시도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성평등을 표방하며 성별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상을 추구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실에 나타난 제도권불교는 그렇지 못하다. 예컨대 남방부의 여러 불교국가에서는 비구니수계와 비구니교단이 인정되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처럼 비구니수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성평등을 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불법과 현실불교 사이에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현실의 제도권 불교에 나타난 성불평등은 교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정의 방법들은 문제의 상황에 따라 다양할 수 있으나 여성에게 있어서 공통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현실자각과 함께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자신이 여성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교수행자를 본다. 이들은 ‘부처님 법 앞에 남녀구별이 없으니 여성임-남성임을 의식할수록 반무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여성이다’라는 의식을 떠나서 사는 것이 무아의 올바른 실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불교는 대상에 대한 이분적 구별에 문제를 제기하고 구별을 지양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불교가 구별을 무차별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가 문제삼는 구별은 구별 자체가 아니라 강요와 폭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절대화되고 고정된 구별’이다.

남녀구별의 경우에 있어서도 부정되는 것은 상황과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고 ‘남성은 이래야 한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화석화된 성별편견이나 고정관념인 것이다. 속제의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상황마다 요구되는 구별은 여전히 인정된다. 그래서 불교는 성정체성과 관련해서 ‘성별,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한다. 성별은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라 조건적이며 상대적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무아’나 ‘무상’(無相)의 표현일 뿐이다.

여성으로서 여성의 성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은 동시에 성차별의 부조리한 역사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은 편할지 모른다.



불자여성들 ‘여성’ 당당히 밝혀야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자기기만적 것이며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외면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올바른 해결책도 불교적 해결책도 아니다. 이러한 태도는 ‘성불을 하려면 내세에 남성으로 태어나야 한다’는 가부장적 세뇌보다도 더 나쁜 태도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불교가 지향하는 것은 진제적 입장에서 남녀 양분을 넘어서는 것이다. 양분을 넘어선다는 것은 성별편견과 고정관념에 의해서 양성이 모두 피해자가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상대적 세계에 현존하는 성별에 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교정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며 이 일은 자신의 현실인식은 물론 자신의 성정체성 인식을 전제한다.



안옥선 (전남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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