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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출판의 위기와 ‘원성 열풍’

기자명 이학종
지금 출판가에는 원성 스님의 책 거울의 열풍이 매우 거셉니다. 이 책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는 것은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는 우리나라 출판가에서 놀라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하바드 대학 출신 현각 스님(미국인)의 하바드에서 화계사까지에 이어 그의 스승 숭산행원 큰스님의 법어집 몇 권이 큰 반향을 얻고 있는 시점에서 또 다시 원성 스님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는 것은, 불자된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목사나 신부가 아닌, 유독 스님들이 쓴 책들이 줄기차게 인기를 모으고 있으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일종의 자부심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일류급 출판사들 사이에서는 스님 필자 발굴에 안간힘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저 역시 글 잘 쓰는 스님을 소개해 달라는 청탁 아닌 청탁을 일류급 출판사들로부터 심심지 않게 받고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스님이 쓴 에세이 류 책자를 제외하고는 다른 어떠한 불서도 제대로 팔리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본지에서도 그 동안 기사와 대담, 칼럼 등을 통해 불교출판의 위기를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불교출판의 전망이 밝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스님이 쓴 책이 잘 팔리는데 불교출판이 위기가 웬 말이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교출판계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스님들의 책을 내면 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사정이 그렇지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베스트셀러도 영업능력과 광고, 선진적 마켓팅 전략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인 점을 고려하면 영세한 불교출판사들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특히 스님들의 에세이 류 책자를 구입하는 독자의 대다수가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출판 전문가들은 독신으로 한 평생 수행하며 살아가고 있는 스님들의 생각과 삶의 속내에 대한 궁금증이 에세이 류 책자의 구매력을 갖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류급 출판사에서 이따금씩 펴내는 불교전문서적이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 이 같은 분석의 반증이라는 것이지요.

본지는 얼마 전 ‘벼랑 끝 불교출판 진일보 대안 없나’라는 기획대담을 통해 불교출판의 위기가 곧 불교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적시한 바 있습니다. 경전이나 주석서, 선어록 등은 그만두더라도 교주 석가모니의 일대기조차 제대로 읽은 불자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는 불교의 미래는 어둡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었지요.

자, 지금 서점으로 가십시오. 다른 종교에 비해 터무니없이 초라한, 그나마 늘 텅 비어있는 불서코너를 찾으십시오. 그곳을 가장 붐 비는 곳으로 만드십시오. 불교중흥을 위해 이보다 손쉽고 가치 있는 일도 많지 않습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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