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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흠내는 종교인

현정택 청와대 경제수석이 서울의 한 교회에서 성가대로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이 한 일간지에 소개되었다. "대통령을 측근에서 모시는 사람이 한가롭게 성가대원으로 일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조그만 봉사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랏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가질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교회에서 작은 봉사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랏일을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라의 중요한 책무를 가진 사람이 할 일도 많은데 성가대원까지 하느냐고 나물할 사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교회의 집사인 그가 종교인으로서 잘못되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바쁜 국사를 처리하는 가운데 그의 성실한 종교생활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그는 "제가 기도하는 주제는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과 세계경제 및 한국경제의 회복입니다"라고 말하고 있고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과제 중에 학연·지연의 타파뿐 아니라 절주(節酒)도 포함되어 있다는 그의 인식이 상당히 건실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술'뿐 아니라 '골프'도 멀리하는 것 같은 자기 절제의 노력이 어떤 면에선 우리사회 권력부패의 안전판 구실도 하겠다는 믿음도 생길 정도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정치언저리에서 출몰하며 나라의 종교 갈등과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거조와 임용상황에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비단 기독교 장로출신의 대통령후보가 청와대서 찬송가소리가 나게 하겠다고 호언하였던 비뚤어진 신앙심을 가졌던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가진 일부 대통령들이 고집스럽게 자신들의 내각과 수석등 고위공직의 대부분을 자신이나 자신의 부인의 종교와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 메워버리는 인사를 일삼는다는 점이다. 그 결과로 이 나라의 최대종교인구를 가진 불교나 무종교인은 완전히 소외되고 있는 무서운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정권의 부당한 종교편향에 대해 우리 불교도나 무교인들이 아무 의식도 없이 받아들이고 거의 거론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대표적 종단의 대표는 그런 정권을 위해 늘 종교간 평화와 안정을 말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신학전공자들이 국가의 주요한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임명되곤 하는 점이다. 어떤 총리지명자는 학력과 재산축적과정에 대한 거짓증언으로 도덕성의 문제로 국회동의를 받지 못했지만 불교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독교신학을 전공한 사람이 총리라는 중책을 맡을 경우 과연 종교간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 점에선 최근 청와대수석자리에서 문화부장관 자리로 옮겨 앉은 김성재씨의 경우도 불교인들은 깊은 우려를 표하는 것이 옳다. 종무 행정을 관장하는 그 자리에 신학과 출신인 그가 과연 종교간 화해와 형평을 보장할 수 있을가라는 근본의문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승가대학이나 승가학과 출신이 총리가 되고 문화부장관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할 때까지는 그것은 부당한 인사라는 이야기다.

불교인들은 대범하고 자비스러워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도외시하겠지만 종교간 갈등이 늘 사회문제가 되고 대통령선거 등 정치 헤게모니의 획득에 종교세력의 확보가 늘 최대의 문제인 이 나라의 엄연한 현실에서 불교인들의 그런 어리석은 태도가 과연 부처님의 마음을 흔쾌하게 하는 것인지 의문일 밖에 없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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