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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오백나한상’의 교훈

기자명 공종원
중국의 오백나한(五百羅漢) 가운데 신라왕자 출신 무상(無相)스님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최근 국내에 알려졌다. 나한상으로 유명한 중국의 나한사와 공죽사, 청녕사 등을 답사한 ‘선문화’발행인 최석환씨는 5백나한중 제 4백 55번째 나한상이 무상선사의 조상이란 점을 확인했다.



신라 무상 455번째 나한상에



중국불교계에선 그것이 꽤 알려진 사실이라는 중국의 불교학자 홍수이핑(洪水平-남경대) 교수의 조언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무상 스님은 속성이 김씨라 중국에선 ‘김화상’으로 흔히 알려졌으며 입적후 ‘무상공존자(無相空尊者)’로 추대됐다. 그래서인지 중국 사찰에 모셔진 4백 55번째 나한상엔 ‘무상공존자’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그는 중국 사천성 일대를 중심으로 정중종(淨衆宗)을 일으켜 한때 중국선종계를 풍미했다. 뒤에 정중종은 마조로 이어져 신라 구산선문 거의 모든 계파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체성-토착성 드러낸 선례



그런 무상 스님이니 만치 중국에서 오백나한 중 한 분으로 모셔졌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존심이 유난히 강한 중국인들이 신라사람 무상을 오백나한의 한 분으로 모신 것은 일면 파격적인 일이기도 해서 무상 스님의 위대함이 새삼 드러나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무상 스님 이외에 다른 이민족출신 선사를 오백나한에 더 포함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동국출신의 수많은 스님가운데 유독 무상 스님만 모셨다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할 것이지만 어쨌건 이방인인 무상 스님이 중국인들에게 크나큰 존재였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이르러 우리는 중국인들이 오백나한을 조성하면서 원래 존재하던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들인 인도인 위주의 나한개념을 극복하고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오백나한을 조성한 것에 주의해야할 것이다. 나한은 원래 아라한(阿羅漢)의 준말로 ‘최고의 도를 성취한 깨달은 사람’을 의미한다.

오백나한은 따라서 석가모니불 생전에 코살라국 사위성에서 직접 설법과 수기를 받은 오백명의 제자들을 말하기도 하고, 석가 열반직후 마가다국 왕사성 칠엽굴의 경전 결집때 모였던 5백명의 제자를 의미하기도 하며, 또 석가 열반 후 600년이 지난 후 가습미라에서 열린 제4결집인 비바사론 결집에 참여한 5백 비구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 오백나한 신앙은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등 북방 불교국을 중심으로 보편화해 절마다 나한전이나 응진전이 만들어지고 오백나한 조상도 모셔졌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할 것은 중국과 한국 일본의 오백나한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의 오백나한은 부처님 열반 후 경전결집에 참여한 그의 직제자만을 모신 점에서 역사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석가모니의 직제자와 선종사의 뛰어난 선사를 함께 모심으로써 중국의 주체성과 강한 토착성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선지식을 골라 그렇게 모신다면 얼마나 자랑스럽고 친근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선지식도 나한에 포함해야



유교의 창시자 공자를 모시는 우리의 성균관이나 향교에서도 공자이외에 안자 증자 자사 맹자를 배향하고 공문십철과 송조6현 그리고 해동 18현을 종사하는 전통을 지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과거 동무와 서무에 떨어져 모셔지던 조선의 명현 18위가 이제는 모두 승단하여 함께 모셔지고 있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한다. 이 나라 사찰들에 모셔진 오백나한상들에 우리 민족 선지식들도 포함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공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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