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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이름 무엇이 잘못됐나

기자명 법보신문

일제 때 명칭 비하…‘역사왜곡’ 잔재

에밀레종→봉덕사종, 경판고→장경판전으로 불러야



창경궁이 한때 창경원이라 불린 적이 있다. 창경궁은 조선 임금이 살았던 지엄한 곳. 그런데 이곳이 어떻게 유원지에나 붙일 수 있는 원이 돼 버렸을까? 이런 만행을 저지른 장본인은 일제였다. 일제는 임금이 살던 궁궐에 식물원·동물원 등을 지어 놀이터로 바꿔버렸다. 이름도 이때 창경원으로 개칭됐다. 창경원이 다시 창경궁으로 제 이름을 찾는 것은 불과 18년 전이다. 창경궁은 해방이 된 이후에도 40여 년 동안 창경원으로 불렀던 것이다.

이처럼 문화재에 잘못 붙은 명칭은 문화재 훼손보다 더 큰 위력으로 문화재에 왜곡된 시각을 심어준다. 잘못된 명칭으로 피해를 입고 있거나, 혹은 제 이름을 잃은 불교문화재도 적지 않다. 직지심경, 에밀레종, 경판고, 금동용봉봉래산향로, 팔만대장경 등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것이다.

『직지심경』은 제대로 된 명칭을 사용하자는 운동이 일만큼 잘못된 이름의 대명사다. 바른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학자들 사이에서는 줄여서 『백운직지』혹은 『백운직지심체요절』이라고도 부른다. 『직지심경』이라는 명칭은 이 책을 처음 소개한 박병선 박사에 의해 비롯됐는데 현재 중·고등학교에서도 이 명칭을 쓰고 있다. 그러나 경(經)은 부처님의 언설을 직접 기록한 경전에만 붙는다. 『백운직지』는 중국 석옥청공이 편찬한 『불조직지심체요절』을 고려 백운 경한 스님이 다시 증보 편찬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에 『경』이란 명칭을 붙이는 것은 잘못이다.

에밀레종과 경판고는 일제의 음흉한 음모가 숨어있는 이름이다. 에밀레종의 올바른 명칭은 성덕대왕신종이다. 혹은 사찰명을 붙여 봉덕사종이라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데 더 잘 알려진 이름은 ‘에밀레종’이다. 종을 만드는데 실패가 잇따르자 어린아이를 집어넣었는데, 그 후 종이 완성됐다. 그 이후 소리가 ‘에밀레~에밀레~’ 울려 이렇게 이름지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기록은 『삼국유사』를 비롯해 어떤 문헌에도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어린아이를 집어넣는 살생을 범했다는 것은 불교를 폄하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경판고(經板庫)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고(庫)는 차고를 의미한다. 옛 사람들이 삼보 가운데 하나인 법보(法寶)를 모신 곳을 이렇게 낮춰 말할 리는 만무할 일. 본래 명칭은 장경판전(藏徑版殿)이다. 전(殿)은 궁궐이나 불당에만 쓰는 높인 말이다. 따라서 경판고는 일제가 대장경의 가치를 폄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명칭이다. 명칭을 급하게 붙였다가 슬그러미 정정한 예도 있다. 1994년 백제 나성과 능산리에서 발견돼 세계를 놀라게 했던 백제 금동대향로의 처음 명칭은 금동용봉봉래산향로(金銅龍鳳蓬萊山香爐). 중국 한나라 때 제작된 도가풍의 박산향로 일종으로 파악해 성급하게, 이름 붙였다가 각계에서 반론이 일자, 지금은 백제 능산리출토금동대향로를 정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고려 대장경, 팔만대장경, 재조대장경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해인사 장경판전의 대장경도 올바른 명칭은 해인사 대장경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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