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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나찰의 아귀에 던져질 지라도

기자명 이미령

관음보살이 상주하심을 잊지말라

아주 먼 옛날 바다 한 가운데 실론섬에는 여자나찰(나찰녀)들이 살고 있는 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조난당한 상인들이 파도에 쓸려오면 아름답게 차려입고 온갖 맛있는 음식을 들고 그들에게 접근합니다.

“우리는 남편들이 바다로 나갔다가 모두 숨진 바람에 외롭게 지내는 여자들이랍니다. 그런데 당신들이 오셨으니 이제 우리 마음으로 의지하며 지냅시다.”

조난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상인들에게는 꿈과 같은 유혹의 손길입니다. 상인들은 그 여자들이 나찰귀인 줄은 꿈에도 알지 못하고 함께 어울려 온갖 쾌락에 젖어 지냅니다. 그러다 새로운 상인들이 조난당해 그들의 성으로 밀려오면 나찰녀들은 지금까지 함께 지내던 상인들은 감옥에 가두고 한 명씩 잡아먹으면서 새로운 상인들을 유혹하며 지내는 것입니다.

어느 날 5백 명의 상인들이 조난을 당해 이곳으로 흘러들었습니다. 나찰녀들은 서둘러 옛 상인들을 가둔 뒤에 그들을 유혹하여 남편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밤이면 나찰녀들은 몰래 옛 상인들을 한 명씩 잡아먹었습니다. 사람고기를 먹은 나찰녀들의 몸은 차가웠고 마침내 상인들의 우두머리가 의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나찰귀가 이 여자들이구나. 어서 도망쳐야겠다.’

상인의 우두머리는 어떻게 해서든 벗어날 궁리를 하였지만 바다 한 가운데의 성에서 도망칠 길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간절하면 하늘에라도 닿는 것일까요?

마침 온 몸이 새하얀 백마가 그곳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말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양식을 먹고는 돌아갈 즈음에는 항상 이렇게 외쳤던 것입니다.

“인간세계로 돌아가고 싶은 자가 있는가?”

사랑으로 가득 찬 이 음성을 기적적으로 들은 상인들은 그 말에 올라타고 무사히 나찰녀의 성을 빠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고집을 부리며 남기를 원했던 일부 상인들은 끝내 나찰녀의 먹이가 되고 말았습니다.(『쟈타카』 196번째 이야기)상인들을 구한 눈부시게 흰말은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입니다. 그와 아주 똑같은 이야기가 「보문품」에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관세음보살이 부처님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혹은 백천만억 중생이 금·은·유리·자거·마노·산호·호박·진주같은 보배를 구하려고 큰 바다에 들어갔을 때, 가령 폭풍이 일어 그들의 배가 나찰귀들의 나라에 닿게 되었을지라도 그 가운데 만일 한 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여러 사람들이 다 나찰의 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니, 이러한 인연으로 관세음이라 이름하느니라.

나찰(羅刹)은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거나 시체를 뜯어먹고 사는 귀신입니다. 『관음의소』에서는 나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의 심장에는 일곱 방울의 단 물이 있어서 사람의 정신을 고르게 길러내는데 귀신이 한 방울을 빨아먹으면 사람의 머리가 아파진다. 세 방울을 빨아먹으면 기절하고 일곱 방울 다 빨아먹으면 곧 죽게 된다.”

수행을 하는 사람이건, 돈벌려고 나선 사람이건 누구든지 나찰의 아귀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찰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옥죄어옵니다.

그러면 목숨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때 자신의 위험을 빨리 알아채고 간절하게 벗어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누구든 한 사람이라도 현명하게 구원을 요청하면 관세음보살은 백마의 몸으로라도 변하여 위험에 처한 사람 모두를 구해내기 때문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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