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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세계화‘외화내빈’

해외 한국사찰 현지화 실태

130여개 사찰 중 현지어 전용사찰 2개소 불과
외국인 접근 사실상 불가…외국어 필수화 관건

한국불교의 해외진출은 1960년대 중반 서경보·숭산 스님 등에 의해 시작됐다. 이후 40여 년간 북미주,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등 20여 개국에 130여 곳의 한국사찰이 들어설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그렇다면 이들 한국사찰의 해외 진출로 인해 한국불교는 정말 세계화되고 있는 것일까. 본지가 2002월드컵대회 개최를 맞이해 5월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조계종총무원과 미주현대불교 등이 파악하고 있는 해외 한국사찰 129곳 중 연락이 가능한 58곳의 신도 현황과 법회방법, 사용언어 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58곳 해외사찰에 등록된 신도는 모두 1만8338명이었으며, 이중 매주 법회에 참석하는 인원은 3773명으로 사찰 당 평균 65.1명이 일요법회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법회에 참여하는 인원 가운데 교포가 전체 법회 참여 인원의 77.6%(2927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현지인(외국인)은 22.4%(846명)에 불과했다. 특히 법회에 단 한 명의 현지인도 참여하지 않는 사찰이 18곳으로 전체의 31.0%를 차지하고 있어, 해외 한국사찰이 교포 중심의 포교차원에서 그치고 있을 뿐 ‘한국불교 세계화’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수치는 법회 때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현지언어를 사용하는 사찰은 단 2곳(3.5%)에 불과했으며, 한국어와 현지어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 18곳(31.0%), 한국어만을 사용하는 곳이 절반을 훨씬 웃도는 38곳(65.5%)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결과는 현지인이 한국불교에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일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이 있어도 현실적으로 다가설 수 없는 구조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이 해외 한국사찰들 대부분이 교포 포교의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가장 일차적인 원인으로 현지인과 언어가 소통되고 있지 않는 점이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몇몇 현지화에 성공한 사찰을 제외하곤 주지 평균 임기가 채 3년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지난 30여 년간 포교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삼우 스님은 “해외포교를 위해서는 현지언어 구사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많은 스님의 경우에 있어 그렇지 못하다”며 “이것이 교포 포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지어로 포교를 하고 있는 미국 시카고 선련사, 뉴욕 관음사, 독일 베를린 국제선원 등에서 현지인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일부 사찰의 경우 일요법회는 교포를 중심으로 하되, 외국인을 위한 참선이나 다도 법회 등을 따로 마련해 현지포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문제와 함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독일 보문사 주지 병오 스님은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방식의 법회가 서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이해하고 다가설 수 있도록 문답식의 법문이나 순회법회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원불교가 미국 현지에 대학원대학을 설립해 해외교화 희망자들에게 언어·문화교육을 실시하는 것처럼 불교계에서도 종단차원의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안지원 연구교수는 “지난 60년대 이후 서구사회를 휩쓸고 있는 불교열풍이 곧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불교를 세계화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없다면 한국불교는 결국 중국이나 일본불교의 아류로, 혹은 한국인의 불교로밖에 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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