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찰 안내판 영문표기 ‘엉터리’

기자명 김형규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템플스테이 지정 31개사찰 조사결과

범어사 대웅전의 영문 안내판. DAEUNGJEON HALL과 Daeungjeon이 혼용됐으며, 범어 원음인 Sakyamuni 대신 우리말을 그대로 음사한 Seokgamoni를 사용해 외국인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본지가 최근 템플스테이로 지정된 전국 31개 사찰 안내판의 영문 표기와 각 시·도별 지방자차단체 홈페이지 영문 안내를 조사한 결과 용어가 통일이 되지 않고, 철자법이 틀려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남 봉은사는 ‘Bong Eun Sa’와 ‘Pong Eun Sa’의 용어를 혼용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 영문 안내에는 사찰을 ‘Jikji Temple’ ‘Songgwangsa Temple’ ‘Tongsa’ 등 제 각각 표기하고 있었다. 또 31개 템플스테이 사찰 가운데 17개 사찰만이 영문 안내판이 있을 뿐 절반 가까운 사찰은 아예 영문 안내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 템플스테이 사찰 31곳 영문안내판 조사

철자 틀리고 용어 제각각…안내판 없는 곳도

봉은사-범어사 등 대다수 사찰 표기법 ‘엉망’

종단-정부 합동조사 시급…방치땐 국가망신


템플스테이로 지정된 사찰의 안내판 영문 표기가 엉망이다. 용어가 통일이 되지 않아 사찰마다 제 각각인데다, 외국인들이 이해 할 수 없는 ‘콩글리쉬 표현’도 허다하다. 또 동일 안내판에서 고유 명사를 서로 다르게 혼용해 쓰거나, 철자 자체가 틀린 경우도 있어, 외국인에게 한국 불교를 알린다는 당초 취지마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본지가 최근 발틱연구소 소장 이동호 박사의 자문을 얻어 템플스테이로 지정된 31개 사찰들을 대상으로 영문 안내판과 각 시·도별 지자체 홈페이지 영문 안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단어 사용과 표현법에 있어 다수의 오류가 발견되는 등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서울의 대표적 전통사찰 봉은사는 동일한 영문 안내판에서 ‘Bong Eun Sa’와 ‘Pong Eun Sa’ 등 서로 다른 철자가 혼용돼 쓰여져 있다. 국사(國師)란 용어도 ‘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성직자(The most reverend priest of the nation)’와 같이 풀어쓰지 않고 우리말 단어를 영문으로 단순하게 치환한 ‘National Teacher’와 같은 콩글리쉬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또 운허 스님의 생몰 연대를 ‘19xx-19xx’로 표현하는 등 안내판으로써의 역할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범어사의 영문 안내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동일한 안내판에서 ‘DAEUNGJEON HALL’ ‘daeungjeon’과 같이 대문자와 소문자의 표기법을 달리 사용하고 있다. 또 ‘석가모니’를 세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범어(梵語) 원음인 ‘Sakyamuni’로 쓰지 않고, 우리말을 영문으로 음사한 ‘Seokgamoni’로 표기하는 등 외국인들에게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자체 홈페이지 영문 사찰 안내문도 예외는 아니다. 경북은 ‘Jikji Temple’로, 전남은 ‘Songgwangsa Temple’로, 경남은 ‘Tongdosa’ 등으로 표기법이 제 각각이다. 또 빈번하게 등장하는 ‘신라’에 대한 표기도 ‘Shilla Dynasty’ ‘Silla Kingdom’ ‘Silla Dynasty’로 각각 다르게 표기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 홈페이지의 경우 범어사를 Beomeo Temple로 표기하고 있지만 정작 사찰의 영문 안내판에는 ‘Beomeosa Temple’로 다르게 표기하고 있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해결은 쉽지 않다. 문화재급 사찰의 영문 안내판 제작은 사찰이 소재 해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재청이나 종단은 현판 제작 과정에 배제된 실정이다.

부산시청 문화재과 김동기씨는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에서 영문 표기법에 대한 기준안이 마련됐지만, 단순 용어 표기 통일에 불과해 불교 용어를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마다 지역 내 대학에 의뢰해 제작하기 때문에 용어와 설명이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발틱연구소 소장 이동호 박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용어의 통일과 사찰 안내판 제작 자문을 맡을 전문가팀 구성이 필요하다”며 “월드컵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영문 안내판에 대한 정부와 종단 합동차원의 실태조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31개 템플스테이 지정 사찰 가운데 서울 봉은사, 합천 해인사 등 17군데만 영문 안내판이 마련돼 있을 뿐, 절반 이상은 아예 영문 안내판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