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세계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북한 핵개발의혹문제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주변국가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북한이 공공연히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 차례나 강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묘한 시점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미사일 발사는 통상적인 군사훈련용보다는 무력시위용일 가능성이 높다. 시험발사의 시점, 동해상에서의 조업금지 구역설정, 주변국가에 대한 통보 등을 고려해 볼 때 무력시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과 전쟁위협에 대한 체제수호 의지의 표시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 켈리특사 방북시 ' 새로운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파문 ' 이후 미국의 핵포기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 북한 핵개발 시인 ' 이후 북한에 대해서 ' 선 우려사항 해소(핵포기) 후 대화 '라는 무장해제에 가까운 요구를 하면서 ' 전쟁이냐 외교적 해결이냐 '의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중유지원 중단 이후 북한은 ' 전력생산을 위한 핵동결 해제조치 ' 선언과 함께 ' 벼랑끝 전술 '의 수위를 높여 왔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은 이라크전쟁에 초점을 맞춰 북한 핵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한 후 다자간 해결을 모색하면서 시간벌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불가침조약 등을 통해서 북한체제를 보장할 경우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음을 밝히면서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전쟁 전에 북-미간 현안문제의 극적인 일괄타결을 위해 위기조성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도 핵동결 해제조치 이후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위기조성카드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실험용 원자로의 가동 등 미국이 정해 놓은 ' 한계선(red line) '의 금을 밟고 협상을 모색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북한은 현 단계에서 핵재처리시설의 가동 등 한계선을 넘기 어려운 조건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시간이 그들 편이라고 생각하고 느긋한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서 체제수호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한편으로는 미국이 항공모함 등을 동원해서 북한을 침공한다면 이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일종의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최근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대비해 한반도 주변 전력을 증강하는 조치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대응하겠다 '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전쟁위협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에 핵카드에 이어 미사일카드를 다시 내민 것은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한꺼번에 내놓고 미국과 현안문제를 일괄타결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은 협상에 임하는 기본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미국은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세계전략에 따라 북한을 다루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카드를 활용해서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대량살상무기개발과 관련한 북-미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양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북한 핵문제의 장기화에 따른 한반도 위기 고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