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北 미사일 시위의 의도

기자명 고유환
북한이 지난달 24일에 이어 10일 동해상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또 다시 실시했다.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은 지대함 순항(크루즈) 미사일로, 사거리는 110km 정도인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지대함 미사일은 단거리 미사일로 통상 군사훈련에서 사용하는 미사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세계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북한 핵개발의혹문제로 한반도에 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주변국가들의 우려를 무릅쓰고 북한이 공공연히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 차례나 강행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묘한 시점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미사일 발사는 통상적인 군사훈련용보다는 무력시위용일 가능성이 높다. 시험발사의 시점, 동해상에서의 조업금지 구역설정, 주변국가에 대한 통보 등을 고려해 볼 때 무력시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과 전쟁위협에 대한 체제수호 의지의 표시로 볼 수 있다. 북한은 미국 켈리특사 방북시 ' 새로운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파문 ' 이후 미국의 핵포기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 북한 핵개발 시인 ' 이후 북한에 대해서 ' 선 우려사항 해소(핵포기) 후 대화 '라는 무장해제에 가까운 요구를 하면서 ' 전쟁이냐 외교적 해결이냐 '의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중유지원 중단 이후 북한은 ' 전력생산을 위한 핵동결 해제조치 ' 선언과 함께 ' 벼랑끝 전술 '의 수위를 높여 왔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은 이라크전쟁에 초점을 맞춰 북한 핵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한 후 다자간 해결을 모색하면서 시간벌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불가침조약 등을 통해서 북한체제를 보장할 경우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향이 있음을 밝히면서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전쟁 전에 북-미간 현안문제의 극적인 일괄타결을 위해 위기조성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미사일 시험발사도 핵동결 해제조치 이후 북한이 사용할 수 있는 위기조성카드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실험용 원자로의 가동 등 미국이 정해 놓은 ' 한계선(red line) '의 금을 밟고 협상을 모색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북한은 현 단계에서 핵재처리시설의 가동 등 한계선을 넘기 어려운 조건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시간이 그들 편이라고 생각하고 느긋한 반면 북한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서 체제수호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한편으로는 미국이 항공모함 등을 동원해서 북한을 침공한다면 이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일종의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최근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대비해 한반도 주변 전력을 증강하는 조치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대응하겠다 '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전쟁위협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에 핵카드에 이어 미사일카드를 다시 내민 것은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카드를 한꺼번에 내놓고 미국과 현안문제를 일괄타결 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은 협상에 임하는 기본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미국은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이라는 세계전략에 따라 북한을 다루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은 생존전략 차원에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카드를 활용해서 북-미 적대관계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대량살상무기개발과 관련한 북-미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양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북한 핵문제의 장기화에 따른 한반도 위기 고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