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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의 비극과 희극

기자명 공종원
금강산 관광길의 주부 민영미씨가 북측에 억류되었다가 닷새만에 풀려났다. 그 사건으로 현대가 운영하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일시 중단되고 있다. 현대측에서는9억3천만 달러를 쏟아부어 추진하는 사업이 이렇게 주저앉게 되는데 걱정이 태산일테고,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로서도 국민들의 경계심 강화로 남북관계가 굳어지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이 어려워진다고 생각해 되도록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적극 막아보려 애쓰는 국면이다. 북측으로서도 한푼이 아쉬운 형편에 정권의 기사회생을 도와주는 남측의 선의를 이런식으로 차버리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니까 남쪽 형제들에게 겁만 주는 선에서 해결되기를 바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사건으로 우리 남쪽 사회에서 일어난 파동이 결코 사소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우선 대부분의 국민들이 거의 잊어가던 남북관계의 엄연한 현실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북에 동정적인 일부 여론이 이번 일로 점점 먹혀들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남쪽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면서 금강산에 관광가는 것은 다분히 낭만적인 발상에서 비롯한 것이다. 천하제일의 명승인 금강산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잘못된 것일 수는 없다. 거기에 금강산이 북한땅에 있다는 것도 상당한 매력일 것이다. 가볼 수 없는 땅을 돈만 지불하면 갈 수 있다는 것도 유인이 될 수 있겠고 그곳의 백성이 못살고 있다는 것도 어떤 사람들에겐 이유가 될 수 있다. 북에 동정적인 일부는 이런 식으로라도 북에 이익이 된다면 좋겠다는 식의 생각을 했음직도 하다.

그 때문에 사실은 금강산 관광사업자체가 문제이고 그것이 문제를 태생적으로 잉태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러기에 이 사업은 쌍방이 상호 충분한 이해와 배려가 전제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는 것일 밖에 없었다. 명색은 관광이지만 금강산의 자연을 제외하면 북한주민들과의 접촉도 불가능하고 북한주민의 생활이 벽으로 차단되어 볼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든가, 등산길에 적절한 화장실이나 휴게시설이 없어서 대부분의 관광객이 환경오염의 책임을 지는 범칙금을 물어야하는 관광조건을 감수하는 것도 기본적인 문제였다. 거기에 “공화국을 반대하는 행동을 했을 경우 공화국의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북측의 관광세칙까지 있어서 관광이 아니라 감시와 협박의 행렬일 밖에 없다는 것은 참으로 비상식적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이 일어나자 우리 사회 일부에서 “주책없는 여편네가관광기분에 들떠서 그쪽 사람들 기분을 건드리는 소리를 한 것”이라면서 우리자신의 무례를 질책하는 소리도 나오고 또 일부에선 “그러면 그렇지 북한이 어떤 집단인데 남한식의 인정을 호소하며 대화를 기대하느냐”고 코웃음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부질없는 말은 아닐 듯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구성원들이, 심지어 금강산 관광에 앞서 주의사항을 교육받은 이들까지도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식 자유분방한 생활습성에 젖어 저들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 관광객이 접하는 북쪽 사람들이 일반 주민은 아니라는 점을 잊고 있다는 것도 큰 불찰이다. 금강산 관광에서 만나는 안내원이나 환경감시원이 특수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란 것은 너무 분명한 일이다. 최소한 사상성이 검증된 열성당원 이어야하는 것은 물론이지만아마도 대부분은 특수 임무를 띈 기관원일 것이다.

민씨와 대화한 사람이 북한에서 남한TV를 볼 수 있는 사람이고 대화과정에서 민씨의 관광증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면 그는 상당히 책임있는 자리에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유추가 가능하다면 민씨는 저들이 처둔 그물에 동포의 정 때문에 “통일이 되어 남북사람이 오며가며 살면 좋겠다”는 뜻을 얘기했다가 본보기로 걸려든 것이나 진배없다. 덧붙여 불자인 민영미씨가 한자로‘미륵불(彌勒佛)’도 잘 쓰게되고 미륵부처님이 어떤 분인가도 깊이 공부해서 저들을 구제할 수 있는 부처님의 가피도 기원해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공종원/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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