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 가지 더,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올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하여 그 동안 관행처럼 발생해왔던 이교도들의 사찰방화 등 훼불 행위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오면 외진 곳에 있는 사찰들이 불안에 떨고, 경계를 강화하던 몇 해 전을 생각하면 참으로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조계사 거리에는 향린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와 개신교 단체들의 부처님오신날 축하 플래카드가 걸렸습니다. 이전 광신자 무리들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불교를 비방하며 예수를 믿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지요. 서울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강원도 벽지의 한 사찰에도 인근교회 목사가 1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이 담긴 축하화환을 보내오기 했습니다. 이런 일들은 아마 전국적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몇 해 전부터 교황청에서 부처님탄생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발표됐고, 우리나라의 가톨릭이나 개신교 대표자의 축하가 발표됐었지만 그때마다 일어난 훼불행위로 별다른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른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일제하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손을 잡았던 불교도와 기독교도가 진정으로 화해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모처럼 조성되는 듯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변화야말로 올 부처님오신날 봉축기간 중 가장 인상깊고 감동적인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저 멀리 사해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인명이 살상되고 있지만 이제 그런 뉴스를 접해도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정도로 만성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행복한 나라입니까. 종교는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예수님의 마음이고 부처님의 마음일 것입니다. 아마도 불기 2545년 이 땅을 둘러보신 부처님의 표정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을 것입니다. 모처럼 흐뭇하고 기분 좋은 시절입니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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