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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이 쓰는 불교이야기

기자명 현진 스님
산중에서 안거를 지내는 도반들이 그리워진다. 해제철에는 자주 만나다가 안거철에는 수행처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바람결에 실려오는 소식만 들을수 있다.

도반은 서로 탁마해 주는 선우와 같은 존재이다. 수행길이 힘들거나 외로울 때 나는 버릇처럼 도반을 찾는다. 세속인에게 친구가 편하듯 스님네 역시 도반의 그늘은 언제나 넉넉하고 따스하다.

겨울 빗소리가 창문을 울리는 날에 만나는 도반은 반갑고 정겹게 느껴진다. 그리고 단풍 숲길을 따라 휘적휘적 하산하는 도반의 뒷모습은 안주를 거부하는 수행자의 당당한 호기처럼 보인다.

대부분 구름처럼 떠도는 운수객들이다. 수행처가 있는 산중은 청산이요, 산중에 모이는 눈푸른 스님네는 백운이다. 청산은 움직이질 않고 언제나 백운만이 왔가 갈 뿐이다. 젊은 수행자는 이러한 운수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어쩌다 수행길에서 만나는 도반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도반이 여럿이듯 도반들에게 배우는 것도 여러가지다. 때로는 엄한 스승처럼 충고하기도 하고, 어떨때는 인자한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을 도반은 대신한다. 어쩌다 몸져 누웠을 때 밤새 도반의 간병을 받은 날 아침에는 반연의 소중함에 눈물겹다.

옛 스님네는 평생 감사해야 될 대상을 세가지로 뽑았는데 바로 도량, 스승, 도반이다. 도량은 공부하는 장소이므로 꼭 필요한 곳이고 스승 또한 나의 길잡이가 되는 까닭에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좋은 도반을 만나는 일만큼 귀한 인연은 없다. 수행을 옹골차게 하는 도반이 가까이 있으면 신심이 절로 나고 공부에도 힘이 덜 든다. 지금껏 도반들의 역할이 없었다면 내수행길은 들쭉날쭉 부침이 심했을 것이다. 이 세가지가 잘 맞아 떨어져야 공부의 성취가 빠르다는 말은 결코 틀린 사실이 아닌 듯 하다.

절친한 도반은 해제철이 되어도 소식이 없으면 근황이 궁금해진다. 한번은 강원시절의 도반이 떠올라 불현듯 그의 토굴을 찾았다가 먼발치에서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섬돌에 가지런히 놓인 도반의 고무신을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이 솟았고 나약한 내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차마 도반의 방문을 열지 못했던 것은 그리운 마음보다는 내 스스로 어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도반을 찾았던 자괴감 때문이었으리라.

행자시절의 도반은 마치 옛 전우를 만나는 기분이다. 행자실에서 물긷고 밥짓던 추억이 있어서 만날 때마다 옛정이 새록새록하다. 또 강원도반은 중노릇 익히던 학인시절의 인연이라고 그리움의 정이 더 짙다. 선방에서 만난 도반은 형형한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도반 만나는 날이 기다려 진다. 여름안거를 지낸뒤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을 때 가식없이 웃을 수 있어서 좋다. 그동안 화두공부는 얼마나 순일했는지 궁금하고 맑아진 얼굴도 보고 싶다. 잘 손질한 풀옷 입고 서거서걱한 설레임으로 도반들을 만나리라.


현진 청주 관음사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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