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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협 현주소 - 박승원 회계사가 말하는 불교금융

"외부기관 회계감사 도입 운영-관리 투명성 확보해야"

"스님 경영참여는 출가정신 배치"




최근 발생한 태고종 신협사건이 또 한번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필자가 조계사신협사건 당시에도 언급했듯이 불교계에서 돈놀이(금융업)에 손을 댄다는 것 자체가 업의 씨앗인 셈이다. 더구나 출가자까지 이 일에 나선다는 것은 불교의 근본정신에 비춰 볼 때 더욱 안될 말이다.

남의 말을 해서 안됐지만 유태인은 이천년동안 남의 나라를 떠돌면서 주로 은행업에 종사했다. 그러나 말이 은행이지 주로 고리대금업이었던 관계로 많은 나라의 경제를 황폐케 했고, 급기야 히틀러가 유태인을 학살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월가를 중심으로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그들에게 있지만, 종교가 세속적 부의 기준에 따라 경도되는 현실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IMF체제를 겪으면서 금융기관들이 수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아왔다. 또한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이는 돈이 지배하는 냉혹한 세계의 단면이다.

재가자들이 상호부조를 통해 이익을 향유할 제도는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교계가 너나 할 것 없이 돈놀이에 뛰어 든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선 전문성 결여의 문제이다.

교계의 7개 신협의 총 수신고는 1천억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유능한 관리자(fund articleger)와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타 기관의 금융상품을 구입하거나 위탁관리 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신협은 필요 없는 셈이다. 투명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라는 식의 사찰재정운영상태를 고려해 볼 때, 신협의 기금이 어떻게 운영 관리되었을 지는 불 보듯 훤한 일이다.

그렇다고 출가자에게 뛰어난 경영마인드를 요구한다는 것은 더욱 무리이다. 일본에서는 스님들이 사업체를 경영하는 것이 흔한 일이긴 하지만, 이는 출가정신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좀 엉뚱한 비유로 스님이 때때로 사업을 한다면, 반대로 기업인들이 때때로 스님 노릇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초기경전에서 보듯이 출가수행자와 재가자는 그 역할을 달리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궁여지책에 불과하지만, 교계에서 신협사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재가자들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외부기관의 철저한 회계감사를 필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쯤에서 우리는 불교의 근본정신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종교가 세상을 정화하지 못하고, 반대로 세상이 종교를 정화해야 하는 현실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국가별 부패지수 발표에서 보듯이 우리의 심각한 부패수준에는 불교도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디오니소스적인 격정의 상태에서 평상심으로 돌아와 차분히 주위를 챙겨나가야 한다. 월드컵 4강을 이뤘다고 해서 세상은 순간에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의 현실에서 본다면 우리의 성공은 언제나 일과성 신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제 신화는 신비스런 얘기가 아닌 당연한 얘기로 만들어 가야 한다. 다시 한번 출가정신을 되새겨 볼 때이다.



불교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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