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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삼매경론』

기자명 은정희

‘생사 문제 해결’ 꿈 이루게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떤 책을 읽으면서 생사의 문제, 죽음의 문제에 부딪쳐 여러 달 동안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서 나름대로 얻은 결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 외에 그 밖의 어떤 일도 아무런 뜻이 없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6학년에 올라가 중학입시, 그리고 이어 중·고교 시절을 보내면서 간헐적으로 그 문제를 떠올렸고 그래서 철학과로 진학하고자 했었으나 아버지와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마음에도 없는 법대를 가게 되었다. 법대를 졸업하고 나서도 무언가 마음에 미진했던 차에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의 기념법회에서 소개받고 조계사 내의 각종 법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특히 매주 한 번 열리는 참선법회와 교리강좌에 꽤 열심히 다니면서 조금씩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한 ‘법불회(法佛會)’ 회원의 소개로 동숭동에 있던 서울대 문리대에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이기영 선생의 『금강삼매경론』 강의를 들으면서 마음 속이 환하게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집에서 집안일이나 거들면서 남들 하는 결혼에도 그렇다고 아버지가 원하는 고시에도 별 뜻이 없던 때, 그래서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조금은 암담하기까지 했던 때였다. 조계사에 드나들면서 알게 된 어떤 행자 스님의 재정적인 요청을 들어 주느라 이미 지쳐있던, 그러면서도 그 정도에서 지치고 싫증내는 자신에게 한계와 자괴감을 느껴 스스로를 못마땅해 하던 나에게 잣다란 자아가 우주의 크기로 확대되면서 진속(眞俗)을 초월하여, 무한한 세계를 달리는 그 광대무변한, 『금강삼매경론』의 정신은 “아, 바로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고, 그 뒤로 대학원 철학과에 진학하여 원효를 전공한 후 원효의 저술을 번역하기까지 이르렀다.

원효의 그 가이없는 정신세계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의 저술을 제대로 읽어내는 일이 앞서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문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한문공부가 그리 간단하지가 않았다. 끊임없는 정진을, 그래서 많은 시간을 요하는 힘든 작업이었다. 하긴 어느 학문이 그렇지 않으리오만.

나의 어린 시절부터의 꿈, 생사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꿈은 이제 원효의 저술을 번역하는 일로 낙착된 것 같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 일을 해 가는 가운데서 나의 원래의 꿈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아마 다음 생(生)에 까지도 한없이 이어갈 것이라 다짐한다.



은정희(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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