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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마음을 굳게 잘 지킨 수행자

기자명 이미령

성현의 일곱 보물 얻을 수 있다

이 세상에는 끊임없이 바람이 붑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사람들을 흔들어대는 그 바람은 이익, 쇠퇴, 비방, 명예, 칭송, 비난, 괴로움, 즐거움의 여덟 가지 바람입니다. 나찰은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유혹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람에 휘말려 정신을 잃고 쓸려 다니지만 수행자는 안간힘을 쓰면서 중심을 잡습니다. 그럴 때 나찰은 수행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렇게 유혹합니다.

“계율쯤은 조금 어겨도 돼.”
“내일도 있잖아. 잠시 쉬고 맘껏 즐겨봐.”
하지만 수행자는 그럴수록 다짐합니다.
‘절대 넘어가면 안돼.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돼.’

왜냐하면 이 바람만 잘 넘으면 보물이 수행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보물을 갖기만 하면 수행자는 성현이 되는 것입니다.

보물을 찾으러 나갔다가 바람의 재난을 맞아 나찰의 유혹에 빠진 상인들의 이야기는 좬대반열반경좭을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범부에게나 수행자에게나 이 세상이 고통의 바다인 것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범부들은 그냥 흘러갈 뿐입니다.

어떤 이는 화려한 유람선에, 또 어떤 이는 조각배에 몸을 싣고서 바람 부는 대로 바다를 흘러 다닙니다. 자신이 몸을 싣고 있는 배 안에서 기뻤다가 슬펐다가 노래했다가 분노하면서 일생을 보내는 것이지요.

하지만 수행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태어나서 살아가고 건너가야 할 바다라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심하는 이들이 바로 수행자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여기는 배 안에서 걱정스런 눈초리로 수행자를 지켜봅니다. 그들 중에는 비웃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행자는 구명조끼 하나만을 꺼내들고 바다로 뛰어듭니다.

바다에는 쉬지 않고 파도가 입니다. 때로는 잔잔하다가 때로는 산더미처럼 제 몸을 번쩍 치켜들고서 수행자를 향해 덤벼듭니다. 해일이 곳곳에서 일고 있습니다. 이런 바다에서 외롭게 구명조끼에 의지해 헤엄을 치고 있는 수행자 앞에 나찰은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그 구명조끼를 나에게 주면 널 편안하게 해줄게.”
“그럴 수 없다.”
나찰은 계속 졸라댑니다.
“통째 주기가 싫으면 손바닥만큼이라도 잘라다오.”
“네가 달라는 것은 적은 양이지만 내게는 목숨이 달린 물건이다. 그러니 줄 수 없다.”

나찰은 끈질기게 수행자에게 달라붙습니다.

“내 말만 들으면 쉽게 열반에 가는 방법도 알려줄 수 있어.”
“그거 한 조각만 날 주면 넌 아주 즐거워질 수도 있을 거야.”

이렇게 번뇌를 상징하는 나찰귀가 수행자를 유혹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도리질합니다.
보물을 찾아 바다로 나선 『보문품』의 장사꾼들을 『대반열반경』에서는 거친 바다에 뛰어든 수행자로 바꾸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나운 바람을 마음 굳게 잘 헤쳐온 사람만이 챙길 수 있는 든든한 보물은 바로 믿음, 계율, 부끄러움, 수줍음, 많이 앎, 지혜, 버림이라는 일곱 가지 덕목입니다. 성현의 칠재(七財)이지요. 이 보물만 있으면 이번 생은 물론이요, 영원히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니, 이제 슬슬 보물을 캐러 나서보지 않겠습니까? 구명조끼는 반드시 챙기시구요.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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