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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박영화-상

기자명 법보

창조된 세상서 신에 의지하다
고2때 신앙에 의문 갖고 방황
심리상담에 몰두 해봐도 갈증
‘선어록’ 접한 뒤 참선에 입문

46, 보리향

46살에도 입학 축하 꽃다발은 기분을 들뜨게 한다.

2018년 3월, 불교상담학 전공 대학원 수업이 시작됐다. “왜 이 공부를 하나요? 계기나 목적은 무엇인가요?” 질문부터 날아든다. 머뭇거리지 않았다.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참선수행으로 우울의 올가미를 끊어버린 경험 이후 불교는 삶의 방향성이 됐어요.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반복되는 우울과 허무에서 자유롭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환하게 웃을 수 있다고!”

이제는 우울이나 허무가 더 이상 내게 살아있는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지니고 있으면서 얼마나 혹독했고 끈질겼고 괴로웠는지, 너무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우울은 보이지 않는 창살이었다. 29년 전 가을, 잠이 족쇄가 되기 시작한 고2 그날 아침을 기억한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으나 일어나서 등교준비를 하지 못하고 다시 눈을 감고 잠으로 빠져들었다.
일상이 무너진 아침이었다. 문제의 시발점은 신앙에 대한 의문이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고 이를 믿는 게 신의 선택을 받은 증거인 줄 알았다. 세상을 보는 관점도, 내가 누구인지 이해하는 것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방향도 신앙 안에서 풀었다. 의문이 들 때까지 그 신앙은 살아가는 방식이고 가치관이고 삶의 목표였다. 어느 날 담임목사를 이단이라 하는 것을 들었다. ‘해석에 따라 진리가 되고 혹은 이단이 된다면 도대체 무엇이 기준이지?’ 혼란스러웠다. 고민하는 동안 삶은 뒤죽박죽 흔들렸고, 일상은 무너졌다.

대학교 2학년, 교문 앞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보였던 그 날을 기억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그 느낌. ‘아, 이건 더 이상 사는 게 아니야….’ 죽음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하지만 약국
을 돌며 사 모은 수면제를 입에 털어 넣지 않았다. 살기를 선택했다. 대신 모든 의문과 생각들을 의식의 수면위로 절대 떠올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면 깊숙이 쳐 넣어 버렸다. 최선의 결정이었지만 우울에 침잠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집도 샀다. 남편이자 아이들 아빠는 성실했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성장했다. 겉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마음의 공허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의문을 외면한 만큼 허무함이 소리 없이 짓눌렀다.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그러다가 상담이라는 종교가 아닌 영역에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접했다. 2000년부터 5~6년간 정신없이 다녔다. 미술치료와 개인상담은 억눌러 놓았던 감정이나 생각을 끄집어내서 대면하고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집단상담과 감수성훈련은 자신에게 너무 침잠해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나의 사회적 관계를 적나라하게 대면할 수 있었다. 아봐타&마스타 코스에서는 내가 가진 신념들을 확인하고 재정립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들에서 나는 여전히 허무를 해결하지 못해 좌절해야만 했다.

우연히 불교매체에서 ‘선어록’ 설법을 들었다. 무엇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 마음과 관련된 법문을 하는데 꼭 내게 하는 것만 같았다. ‘참선이라는 게 있구나, 종교적이지 않아도 되는구나, 길이 있다고 하는구나.’

방송을 보면서 잘 모르지만 해봐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게 계기가 되어서 2007년 수덕사 선 수련회에 참여했다. 참선도 처음이고 오체투지도 처음 배우고 108배도 처음이고 절이란 곳이 낯설었다. 처음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시작을 알리는 죽비소리에 ‘아! 돌고 돌아 이제야 이 자리에 왔구나’하는 내안의 작은 외침이 들렸다.

감정이 격해지지는 않았는데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이건 뭐지?’ 생소한 순간이었다. 한 번의 경험으로 ‘참선이 무엇이다’라고 알기는 턱없이 어려웠다. 호흡에 수를 세다가 매번 딴생각으로 빠지고, 졸지 않으면 다행이었고, 집중하려고 용쓰느라 머리가 띵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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