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7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보살상으로 평가받지만 행방이 묘연했던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이 최근 일본에서 공개됐다. 국내 환수 절차가 진행될 예정으로 국보급 문화재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유산회복재단(이사장 이상근)은 6월4일 현재 일본 소재 금동관음보살입상을 공개하고 “국보 78호·83호 반가사유상과 국보 287호 백제금동대향로와 맞먹는 명품으로 평가된다”며 “불상 출토지인 충청남도와 부여군이 협의체를 꾸려 본격적인 국내 환수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개된 금동관음보살상은 26.5cm로 삼면보관을 쓰고 머리카락을 위로 틀어 올렸다. 부드럽게 늘어진 천의, 다리에 힘을 뺀 삼곡의 우아한 자세, 특히 미소를 머금은 자비로운 얼굴 표정과 우아함은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 금동관음보살상은 ‘백제의 미소’가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다.
불상을 실견한 정은우 동아대 석당박물관장은 의견서에서 “백제 7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보살상”이라고 강조했다. 정 관장은 “천의와 군의자락에는 당초문을 새기고 끌로 다듬어 정교함을 더한 특징”이라며 “때문에 사라진 지 100여년이 지나고 흑백 사진 한 장 정도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불교조각 개설서를 비롯한 전문서적에 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언급돼 왔다”고 설명했다.
금동관음보살입상은 1907년 부여군 규암면 규암리에서 출토됐다. 당시 불상 2구가 발견됐는데 바로 일본 헌병대에 압수됐다가 일본인 수집가 손으로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1구(21.1cm)는 1950년경 서울국립박물관에 귀속돼 국보 293호로 지정됐고 현재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나머지 1구는 당시 대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이치다 지로가 사들여 소장하다 해방 후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치다 지로는 일본 사가현 출신 대부호로 삼국시대 금속공예품, 도자기, 불상 등을 수집한 거물급 고미술 수장가다. 한국전쟁 전 많은 문화재를 대구에서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전한다. 1929년, 수집품 302점을 ‘신라예술품전람회’에 출품했는데 당시 이 금동관음보살입상은 출품하지 않았다. 그는 후손에게 “소장한 모든 유물은 출품이나 매매할 수 있지만 금동보살입상만은 안된다”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고미술 대수장가였던 그가 이 금동보살입상에 대한 우수성과 중요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그동안 불상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에 남이 있는 우리나라 불상은 약 150여구 정도로 이 가운데 국적 및 출토지, 이전 경위, 소장 내력이 정확하게 알려진 불상은 규암면 출토 금동관음보살입상이 유일하다.
정 관장은 “금동관음보살입상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는 문화재”라며 “세월과 보관장소, 환경에 의한 부식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빠르게 환수해 보존처리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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