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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에 나타나는 ‘527년’의 진실은

기자명 이재형
  • 교학
  • 입력 2018.06.08 11:04
  • 수정 2018.06.08 11:26
  • 호수 1443
  • 댓글 0

조경철 나라이름역사연구소장 분석
삼국유사에 527년 유독 많아
이차돈 순교·대통사도 ‘527년’
실제론 이차돈 528년에 순교
대통사도 527년 이전에 건립
“중국불교에 맞추려는 의도”

527년은 동아시아불교에서 획기적인 해다. 보살황제라는 양무제가 거대한 황실사찰인 동태사 건립과 더불어 자신을 절에 공양하고 재물을 보시하는 사신(捨身)을 처음 실시한 후 연호를 정한 대통 원년이 527년이다. 또 달마대사가 중국에 들어와 선종을 전한 해도 527년이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백제가 양무제를 위해 웅진에 대통사를 창건한 해가 527년이며, 신라불교 공인에 지대한 영향을 준 이차돈의 순교 연대가 527년이다. 뿐만 아니다. 신라 최초의 사찰이 세워진 것도 527년, 신라의 낭지법사가 영축산에 불법을 연 해도 527년이다. 삼국유사에는 유독 527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일까.

조경철 나라이름역사연구소장은 최근 ‘백제문화’(제58집)에 수록된 논문 ‘공주 대통사와 동아시아 불교’를 통해 “527년 이차돈 순교 연대와 527년 대통사의 창건연대는 잘못됐다”며 “한국불교를 중국불교에 맞추고자 했던 욕망이 만들어낸 연대”라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삼국사기에 이차돈의 순교를 법흥왕 15년(528)이라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삼국유사의 여러 곳에서 확신에 찬 어조로 527년이라고 언급하기 때문에 현재 학계의 모두는 이차돈의 순교를 527년으로 보고 있다”며 “통상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연대가 서로 다를 경우 일반 연표에서는 거의 100% 삼국사기 연대를 따르고 있지만 유독 이차돈 순교 연대만 527년 삼국유사설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에 따르면 이차돈의 순교와 흥륜사 창건을 언급하고 있는 신라 자료는 이차돈순교비, 삼국유사에 인용된 아도비 및 촉향분예불결사문, 삼국사기 인용된 계림잡전, 봉암사지증대사비의 5가지로 이들 자료 모두 이차돈의 순교 연대를 527년이라고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만 봉암사지증대사비에는 이차돈 순교 연대와 관련해 ‘때는 곧 양나라의 보살제가 동태사에 간지 한 해 만이요, 우리 법흥왕께서 율령을 마련하신지 팔년 째였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율령을 반포한 520년부터 8년째라고 하면 520년을 포함하는냐에 따라 527년도 되고 528년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앞 문장의 ‘양나라의 보살제가 동태사에 간지 한해’라는 문장 중에 ‘(527년)동태사에 가서 돌아온 지 1년 만이다’라는 뜻임을 감안하면 ‘삼국사기’의 528년이 맞다는 것이다.

또 ‘삼국유사’에는 백제가 양무제 연호인 대통 원년(527)에 양무제를 위해 웅진에 절을 짓고 이름을 대통사라 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대통원년(527)에 맞추기 위해 일연 스님이 임의적으로 설정한 연대로서 백제에서 대통원년에 대통사를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양무제가 동태사에 사신(捨身)하고 돌아온 527년 3월11일 대통으로 개원했는데 백제가 양나라의 대통 개원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대통사란 절을 짓고 논의하는 시간을 거쳐야하므로 이때 지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통사는 527년 이전인 무령왕의 3년상(523~525) 기간에 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원찰의 성격이 강하며, 따라서 대통사는 양무제의 연호 이전에 세워진 사찰로서 ‘법화경’에 등장하는 대통불에서 연원한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실제 당시 백제 왕족들은 '법화경'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위덕왕은 ‘법화경’의 위덕불, 법왕은 ‘법화경’의 석가모니[법왕], 사택지적은 ‘법화경’의 지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백제 성왕이 생각한 불교는 무령왕의 3년 상을 치르는 가운데 525년경 완공된 대통사를 통해 실추된 백제 왕실을 석가계보와 연결시켜 왕족의 신성성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났다”며 “이차돈 순교 연대는 물론 대통사가 양무제를 위해 대통사로 이름 지었다는 것도 잘못된 이해”라고 지적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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