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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걷지 마라

참다운 불자의 삶이 주는 교훈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법보신문, 불교방송이 진행하는 조계종 신행수기 공모 시상식이 6월4일 열렸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신행수기 공모전이지만 당선작들을 만날때마다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든다. 20여 편에 이르는 수상작들은 부처님을 믿고 따르는 참다운 불자의 삶이 무엇인지 골몰하게 한다. 시련 속에서 몸과 마음을 모아 삶으로 쌓아 올린 사리탑들이기에 울림이 더욱 크다.

올해 대상작인 총무원장상 시상 때는 유독 우는 사람이 많았다.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위해 30년간 기도와 깊은 신심으로 봉양하며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바지런히 생활을 개척해 나간 삶은 인욕과 자비, 정진의 의미가 무엇인지 일깨웠다. 남편을 부처님께서 내려주신 숙제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 봉양하며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하겠다는 담담한 소감에 참석자들은 붉어진 눈시울로 박수를 보냈다.

최근 조계종을 둘러싼 불교계의 상황은 정치 과잉이다. 선거로 총무원장을 뽑다보니 승패가 갈리고 적대적 관계가 형성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잘 벼린 이론이 되고 말과 글로 가장 무서운 저주를 퍼부어댄다. 불자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불자라는 겉옷만이 필요하다. 그래야 불자라는 이름으로 종단의 허물을 찾고 스스로를 정의로 포장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절에 참다운 불자들을 만나는 것은 혼침 끝에 맞이하는 죽비와 같은, 번뜩이는 깨우침이다.

서산 스님의 말씀에 “눈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에겐 이정표가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라는 가르침이 있다. 신행수기 당선작들은 폭풍우 몰아치는 겨울 산길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르게 나아간 삶의 이정표들이다. 그래서 그 발자국 하나하나는 보는 것만으로 감동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자신의 허물은 외면하고 남의 허물에 불을 켜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일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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