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닝아웃

  • 데스크칼럼
  • 입력 2018.06.18 10:09
  • 수정 2018.06.18 10:12
  • 호수 1444
  • 댓글 1

업그레이드된 소비자운동 형태
의복·먹거리·해시태그 등 다양
불자들 적극적 미닝아웃 필요

자신의 신념을 소비행위로 적극 표현한다는 신조어인 미닝아웃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미닝아웃은 영어의 ‘미닝(meaning)’과 ‘커밍아웃(coming out)’의 합성어로 올해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신문과 방송에도 빈번히 등장하는 이 단어는 취향, 가치관, 정치·사회적 신념을 바탕에 둔 행위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닝아웃이라는 용어 자체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년 소비 트렌드 선정 단어에서 비롯됐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옷, 가방, 케이스 등에 특정 메시지를 새긴 ‘슬로건 패션’도 그중 하나다. 티셔츠에 ‘Not War’ ‘Make Peace’ 등 반전과 평화 등 의미를 담아내는가 하면 핸드폰 케이스에 ‘Girls can do anything’(여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등 글이 쓰인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미닝아웃이라 할 수 있다. 영화배우 김혜수씨와 가수 선미씨 등 여성 연예인들이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라는 티셔츠를 입으면서 이 미닝아웃 제품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미닝아웃은 먹거리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간편하고 값싼 음식을 거부하고 친환경이나 동물복지를 적극 옹호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윤리적 도축방식과 공장식 밀집 사육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훨씬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및 친환경 인증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행위다. 자신이 이러한 제품을 이용함으로써 동물들의 안정된 수면시간 보장과 천연식물성 사료 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말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1%의 응답자가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인증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변한 사실에서 드러나듯 먹거리의 미닝아웃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미닝아웃은 소비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보편화된 현상이다. 2015년 네팔에서 지진으로 엄청난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는 ‘#PrayForNepal’을, 같은 해 프랑스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나 많은 이들이 희생당했을 때는 ‘#PrayForParis’ 등 해시태그를 자신의 SNS에 올리는 이들이 잇따랐다. 또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을 가방이나 핸드폰에 달고 다니는 것도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는 명확한 미닝아웃이다.

미닝아웃이 소비나 SNS에서 확산되기 이전부터 신념을 드러내는 행위가 일반화된 곳은 종교계였다.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귀걸이, 목걸이, 반지, 차량스티커, 현관문, 옷 등에 십자가를 다는가 하면 신념이 극단으로 치닫는 일부 신자들은 사찰이나 불교종립학교에 난입해 불상에 십자가를 그리는 일까지 벌였다. 불자들에게서 이런 광적인 극성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어 다행이다 싶지만 불자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당연시 여겨지는 불교계 풍토 또한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재형 국장

불자의 미닝아웃은 단주, 차량용 염주, 불교적인 이모티콘 하나로도 얼마든지 드러낼 수 있다. 사회적 미닝아웃의 특징이 정치적·사회적 선명성이듯 불자의 미닝아웃은 불자임을 당당히 드러내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다. 동시에 불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덕적이면서도 자비롭고 지혜롭게 살겠다는 다짐이다. 이러한 미닝아웃은 불자들의 자긍심 고취와 일상의 포교로도 자연스레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종종 불자임을 드러내는 이들 중에 삼귀의와 오계를 받았는지조차 의아할 정도로 말과 행동이 불교적이지 않은 이들도 없지는 않다. 그런 형태의 미닝아웃은 불교의 격을 떨어뜨리고 불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불자의 미닝아웃에 늘 책임감이 뒤따라야한다. 미닝아웃의 순간 내가 불교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mitra@beopbo.com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