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곳, 국회의원 재·보선 12곳 중 11곳을 석권했다. 언론은 보수정당의 참패, 보수의 몰락이라 말한다. 보수를 외쳤던 자유한국당의 참패이기에 나온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국민들이 보수 대신 진보에 표를 몰아준 것 같은 착시현상이 생긴다.
진보보수 혹은 좌파우파라는 개념은 프랑스 혁명 첫해인 1789년 열렸던 국민의회에서 유래했다. 이 회의에서 왼쪽에 왕정을 없애 근본적인 변화를 바랐던 공화파가 앉고, 오른쪽에 왕정유지를 통한 점진적 변화를 원했던 왕당파가 자리했다. 이후로 진보에 좌파, 보수에 우파라는 말이 붙게 됐다. 평등과 분배를 주장하며 변화에 주목하면 진보, 시장원리를 신봉하며 기존질서를 중시하면 보수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이나 사람을 획일적으로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기란 어렵다. 특히 독재정권이 분단 상황을 이용해 진보를 빨갱이로 낙인찍는 바람에 진보보수의 개념이 뒤틀린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진보보수와 같은 이념 대결이 아니었다. 함량미달 정당의 정치인을 걸러낸 것뿐이다. 보수를 자임하는 야당대표의 막말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자신들이 배출했던 대통령들이 구속됐는데도 정치탄압을 주장하고, 여론조사를 통한 민심에는 조작이라 궤변을 늘어놓았다. 특히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을 개선해보려는 현 정부의 노력에 좌파, 빨갱이, 주사파와 같은 시대착오적 저주를 퍼부은 행위를 국민들은 용서하지 않았다.
선가에 ‘죽영소계진부동(竹影掃階塵不動)’이라는 말이 있다. “대나무 그림자가 계단을 쓸어도 티끌하나 일지 않는다”는 말이다. 독재와 반통일, 인권탄압에 부역했던 언론일수록 유독 보수의 몰락을 떠들며 이념논쟁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국민들은 더 이상 보수진보를 따지지 않는다.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품격 있는 정치인을 원할 뿐이다. 이념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 표를 얻겠다는 구태는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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