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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일기 닭볶음탕 논란

  • 기자칼럼
  • 입력 2018.06.18 10:17
  • 수정 2018.06.18 10:18
  • 호수 1444
  • 댓글 0

우리가 먹는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TV 프로그램 ‘식량일기’가 지난달 30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먹거리 생산을 통해 식량의 소중함을 알아간다는 취지의 이 프로그램 첫 메뉴는 ‘닭볶음탕’이다. 출연자들은 식자재를 직접 키워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닭볶음탕에 쓰일 닭도 달걀을 직접 부화시켜 키워 준비해야 한다.

방송이 시작되자 동물권 단체들은 제작진의 기획의도를 비판하며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즉각 폐지를 촉구했다. 해당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도 논란이 뜨겁다. 대부분 방송을 폐지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방송 3회째에 출연한 황교익 칼럼니스트의 발언 이후 분위기는 조금씩 반전되는 듯 보인다.

황 칼럼니스트는 방송에서 “사람들이 동물 잡는 것을 보지 않아서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 것 같다”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와 같이 닭을 잡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내 품에서 닭의 목숨이 달아나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그 이후 내가 먹는 이 음식은 한 생명을 앗아가면서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분명해져서 음식을 소홀히 하지 않게 됐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음식은 한 생명의 희생과 맞바꾼 것이기에 되도록 남기거나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금도 TV에는 먹방 프로그램이 난무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지, 이 계절에는 어떤 재료가 더 좋은지를 이야기할 뿐 차려진 음식에서 생명의 희생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불자들은 식사 전 오관게를 하며 음식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한다. 많은 사람의 노고, 시주의 은덕과 음식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은혜를 헤아려 잊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 칼럼니스트의 말을 듣기 전까지 음식을 바라보며 생명을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TV에서 생명의 죽임을 본다는 게 불편할 뿐이지 식탁에 오를 음식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장희 기자

지난해 봄 조계종은 생명살림 연중캠페인 ‘채식 day, 기부 day’를 선포했다. 일주일에 목요일 단 하루라도 채식을 하고 기부를 통해 연기적 삶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자는 취지다. 캠페인은 단순한 채식활동을 하자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어떤 음식이라도 대자연의 은혜와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스며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음식을 소홀히 하지 말자는 연기적 세계관이 담겨있다. 또 이를 행함으로써 환경보호와 동물 배려 등 다양한 보살행도 실천하자는 것이다.

캠페인을 시작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확산 속도를 살펴보면 아쉬움이 크다. 자비를 실천하는 불자라면 이번 기회에 캠페인 동참으로 내 주변 생명을 돌아보고 생명살림에 다시금 마음을 내어보는 것은 어떨까.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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