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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치산치수

기자명 최원형

새로운 한반도 시대, 남북교류는 숲 가꾸기부터

한라·백두산 흙 품은 소나무 한그루
정상회담 후 첫 협력사업은 산림녹화
숲 사라진 북한서 만성 산사태 반복
산 가꾸는 일이 곧 삶을 가꾸는 일

한라산 흙과 백두산 흙이 모여 나무 한그루를 품었다. 그리고 한강 물과 대동강 물이 그 뿌리를 촉촉이 적셨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며 두 정상이 함께 소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4월에 남북이 만난데 이어 6월12일에는 북한과 미국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장 통일이 아니어도 일단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한시름 놨는데 북미 회담을 지켜보면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오명을 벗어던질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 길이 다소 험난하더라도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함께 온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이 교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준비를 하고 실행에 옮겨야할 때이다.

정상회담 이후에 첫 번째 남북 협력 사업으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나무를 심는 녹화사업을 돕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현재 북한의 산림 훼손이 심각한 지경이어서 숲을 가꾸는 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현재 대북지원이 금지된 상태이지만 숲을 가꾸는 일은 인도적 지원이라 괜찮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첫 사업인 셈이다. 북한 산림이 훼손되어 민둥산이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북한의 삼림 899ha 가운데 32%인 284만ha가 황폐화된 상태라고 한다. 마침 지난 5월,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서 ‘2018 북한 산림 황폐화 현장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DMZ에 인접해 있는 북한 9개 지역의 산림이 어느 정도 황폐화 되었는지를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다. 위성사진을 통한 자료로만 분석하다 이번에 실제 현장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보고서에 실린 사진 속 북한의 산은 말 그대로 민둥산이었다.

파주에서 보이는 황해북도 개풍군도 철원 인근, 개성지역 등도 모두가 헐벗은 모습이었다. 북한은 국토의 대부분이 산림지역이나 부족한 농경지 확보를 위해 산지를 무분별하게 개간하느라 민둥산이 돼버렸다. 경제난과 에너지난으로 산의 나무는 땔감으로 쓰이느라 산림 복구 정책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산림을 지속적으로 과도하게 이용만 하고 나무를 심지 못하니 결과는 점점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나무가 잘려나가고 숲이 사라지니 토양이나 암석이 그대로 드러나고 풍화작용으로 쓸려 내려간 토양은 하천에 쌓여 적은 비에도 금세 홍수를 일으키게 된다. 숲이 없으니 비가 내려도 물을 담아둘 곳이 사라지고 그러니 가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가뭄과 홍수 그리고 만성적인 산사태가 반복해서 일어나며 농업 흉작까지 도미노처럼 번진다. 이런 재난으로 매년 사망자가 수십에서 수백 명에 이르게 됐다.

통일부 발표에 따르면 2016년에는 5일 동안 벌어진 재난으로 500여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고 14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무분별한 개간과 벌채로 북한 지역의 산림 면적은 1/3이 파괴되었으며 해마다 서울시 면적의 2배에 해당하는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 산림녹화일 것이다. 남한 역시 한국전쟁이후 민둥산으로 출발했다. 이후 우리 강산을 푸르게 하는데 매진했고 매우 성공적인 숲을 이루게 됐다. 남북 첫 협력 사업인 산림녹화에 우리의 축적된 경험이 북한의 강산을 푸르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도로나 철도 건설보다 시급한 게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이다. 아무리 문명화된 시대라 해도 나무가 헐벗은 자연환경에서 삶은 온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치산치수라는 말 속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산을 잘 다스린다는 것과 물을 잘 다스리는 일은 서로 떨어진 일이 아니다.

한반도에 있는 산의 출발점은 백두산이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산줄기는 동해와 나란히 달리기 시작한다. 묘향산, 금강산, 설악산 그리고 태백산에서 한번 휘어지며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게 백두대간의 중심이 되는 산줄기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비롯된 큰 산줄기라는 뜻이다. 백두대간에서 시작해 크고 작은 산줄기가 뻗어나가며 골짜기와 계곡을 이루었다. 내리는 비는 산의 골짜기와 계곡을 따라 흐르게 되는데 산 정상에 떨어진 빗물이 어디로 흐르느냐에 따라 한강, 금강, 낙동강으로 불리게 된다. 그러니 산을 어떻게 가꾸느냐는 곧 물을 다스리는 일과 다르지 않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반도 원시림의 대부분은 벌목이 되었으나 마을 숲과 사찰림은 훼손을 면한 사례가 많다. 그만큼 삶과 숲이 매우 밀접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삶은 강에 의지해 살아가고 그 강은 또한 산에 의해 결정이 되니 산을 잘 가꾸는 일은 곧 삶을 가꾸는 일이라 하겠다. 남북이 교류하며 서로의 삶을 가꾸어나가는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기대한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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