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괴벨스의 정직과 거짓
70. 괴벨스의 정직과 거짓
  • 김정빈
  • 승인 2018.06.19 11:45
  • 호수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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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을 장악하면 국가를 장악할 수 있다”

병치레로 다리 마비된 괴벨스
독서에 빠져 문학박사까지 돼

히틀러 충성해 선동 실력 발휘
신임업고 차기 총리 임명됐지만
소련 압박에 스스로 목숨 끊어

인간은 맑은 거울같은 불성있어
정직 승리하면 거짓된 삶 붕괴
그림=근호
그림=근호

요제프 괴벨스(J. Goebbels)는 1897년 10월29일에 아버지 프리츠 궤벨스와 어머니 카타리나 오덴하우젠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에게는 형 둘과 누나 한 사람이 있었는데, 누나는 어려서 죽었고, 아래로는 두 명의 누이동생이 있었다.

요제프의 어린 시절은 힘겹게 시작되었다. 그는 갓난아기 때 폐렴을 앓아 거의 죽을 뻔했다. 어렵사리 살아남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그는 ‘허약한 꼬마’가 되었다. 얼마 후에는 골수염을 앓았고, 그 결과 오른쪽 다리가 마비되었다. 요제프의 부모는 아들의 다리를 고쳐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 결국 어린 괴벨스는 마비된 발을 똑바로 유지해주는 볼품없는 정형기구를 부착하고 다리를 절며 걸어야만 했다.

이웃 사람들은 요제프의 다리를 두고 수군거렸지만 요제프의 어머니는 그것이 병 때문이 아니라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아기를 낳은 후 위로 들어 올리다가 아기의 발이 의자에 걸려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해서 사고가 났다고 거짓말을 했다.

요제프는 평생에 걸쳐 어머니를 사랑했고, 그녀 또한 요제프를 모든 자녀 가운데 가장 사랑했다. 요제프의 어머니는 요제프를 낳을 때 죽음의 문턱까지 갔기 때문에 요제프를 유난히 사랑했던 것 같다. 그녀는 자신의 넷째 아들인 요제프를 ‘우상을 숭배하듯이’ 사랑했다. 괴벨스는 어머니의 그러한 ‘수수께끼 같은 소박함’ 때문에 그녀를 신성시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리를 저는 자신을 향한 어른들의 모욕적인 시선과 친구들의 놀림은 괴벨스의 마음에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 자신이 열등하다고 생각한 그는 집 밖으로 나가기를 꺼렸다. 그는 작은 집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안에 틀어박혀 지냈다. 고독은 그를 자포자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는 자신을 불구자로 만들었다며 신에게 불평을 터뜨리곤 했다.

마음이 비틀어진 그는 자신과 같지 않은 다른 사람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증오심이 격해지자 그의 화살은 어머니에게로까지 번져갔다. 괴벨스는 누구보다도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그러면서도 어머니를 비웃었다. 그는 불구자인 자신에게 헌신하는 어머니를 개인적으로는 신성한 사람으로, 객관적으로는 비루한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다리 수술을 받기 위해 3주간 입원해 있었을 때 어린 괴벨스는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그는 동화책을 읽으며 즐거워했고, 나중에는 읽는 거라면 무엇이든 좋아하게 되었다. 어린아이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문지면과 재미라곤 없는 백과사전까지 꼼꼼히 읽었다. 독서는 그를 또래 친구들에 비해 아는 것이 아주 많은 아이로 만들어주었고, 그것이 그의 열등감을 보상해주었다.

1921년, 요제프 괴벨스는 운명, 민족, 애국심, 열광, 위대한 정신 같은 감정적인 개념들로 가득한 논문을 대학교에 제출하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무렵 그는 ‘새로운 물결을 일으켜 이 시대의 혼돈으로부터 새로운 시대로 가는 길을 여는 강력한 천재’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당시 독일인들은 제1차대전의 패전국으로서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었다. 실업률이 높고 인플레가 극심한 상태에서 이를 벗어날 탈출구가 보이지 않자 독일인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는데, 아돌프 히틀러는 그런 독일인들을 단번에 사로잡으며 정계에 등장했다. 히틀러는 교묘한 방법으로 반대파를 제거하였으며, 최종적으로는 의회로부터 독재자로서의 통치권을 위임받았다.

1926년, 아돌프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를 위해 봉사하기 시작한 요제프 괴벨스는 1929년에 히틀러에 의해 선전장관에 임명되었다. 이후 교묘한 선전선동 실력을 발휘했다. 괴벨스는 대중의 인식을 조작했다. 그에게 대중은 얼마든지 심리를 조작할 수 있는 쉽고 만만한 대상이었다.

괴벨스는 히틀러를 위해 신화를 만들어내고 이미지를 조작했다. 그에게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목적에 맞추어 사실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으며, 필요할 경우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믿었다.

“군중을 장악하면 국가를 장악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그는 말했다. “민중은 단순하다. 빵 한 덩어리와 왜곡된 정보만으로 그들을 국가에 충실하도록 만들 수 있다.” “나에게 그가 한 말 한마디를 주라. 그러면 나는 그가 반역죄를 저질렀음을 증명할 수 있다.” 이 괴이한 사나이는 다시 말한다. “거짓말을 여러 사람이 하면 진실이 된다. 거짓말을 하려면 큰소리로 하라. 그러면 개돼지들이 그 말을 믿는다.”

그의 말은 적어도 당대의 독일에서는 통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나 최후의 승자는 시간이다. 1945년 5월, 궁지에 몰린 히틀러가 애인인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하기 직전에 괴벨스를 차기 총리로 임명했다. 하지만 소련군이 코앞까지 진주해오고 있었다. 위기에 몰리자 괴벨스의 아내 마그나가 여섯 명의 아이들을 먼저 독살했다. 그러고 나서 괴벨스 부부는 청산가리가 든 캡슐을 입에 털어넣음으로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교에서 흔히 쓰이는 “여여(如如)하다”하는 말은 노자가 즐겨 사용하는 ‘자연(自然)’이라는 말과 의미가 거의 같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즉 자신의 본성을 왜곡하거나 조작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고, 여여 또한 천연스럽고 자연스러운 심리와 행동을 의미한다.

언제나 여여하게 사는 사람으로서의 부처님을 우리는 여래(如來)라 부른다. 필자는 여여의 바탕이 정직이라고 생각한다. 정직하고 정직하고 또 정직하여 마음이 명경지수와 같은 상태가 여여인 것이다. 정직은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는 마음으로서 거짓과 대립한다. 그리하여 정직한 마음은 불제자의 첫 번째 수행덕목이 된다.

그 점에서 요제프 괴벨스는 가장 비불교적인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평생에 걸쳐 거짓으로써 진실을 덮으려 하였고, 얼마 동안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불성, 즉 맑은 거울 같은 투명한 마음으로서의 정직성이 있다. 그 정직성이 승리하는 순간, 괴벨스의 거짓된 삶은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정직과 거짓의 투쟁. 그가 진정한 불교인인가 아닌가는 이 투쟁에서 승리하는가 패배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김정빈 소설가 jeongbin22@hanmail.net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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