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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불교를 닮은 자이나교의 꿈

기자명 심재관

싯다르타와 마하비라 모친의 쏙 빼닮은 태몽

자이나교의 창시자 마하비라
모친 꿈속에 흰코끼리 등장

인도불교 용수보살 일대기도
자이나교 문헌과 비슷한 내용

자이나교 통해 불교역사 짚는
연구가 최근에 활기 띠는 이유

자이나 마하비라상. 9세기경 엘로라.
자이나 마하비라상. 9세기경 엘로라.

자이나교는 불교와 동시대에 공존하던 또 다른 사문의 종교였다. 최근에는 이 자이나교를 통해서 불교 교리나 역사를 다시 짚어보는 연구가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불교문헌 속에도 자이나교에 대한 설명이 있지만, 자이나교 문헌 속에도 또한 불교의 인물이나 불교사상에 대한 당대의 사유와 비평이 꽤나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도불교 최고의 논사였던 용수(龍樹)의 일대기 같은 것을 자이나교의 문헌 속에서 여럿 찾아볼 수 있는데 당대에 이름이 높았던 용수보살의 생전 이야기를 자이나교 식으로 각색하여 여러 자이나 경전에 담고 있다. 그만큼 용수보살이 자이나교인들에게도 고귀한 인물로 반영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불교문헌에도 ‘용수보살전(龍樹菩薩傳)’ 같은 일대기가 있지만 자이나교의 문헌 속에는 다른 이야기들이 섞여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는 바라문 출신이었던 그가 학문과 도술을 익혀 그 힘으로 궁전의 여인들을 임신시켰다거나, 그 친구들이 붙잡혀 죽임을 당하자 참회하여 불교로 귀화했다는 이야기, 또는 후대에 그에게 용왕이 나타나 불경을 보여주고 바다로 데려가 경전을 가져오게 했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자이나교의 문헌도 이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준다. ‘프라반다(prabandha)’라고 부르는 자이나교의 전기문학류 속에 그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용수보살이 익히게 되는 도술에 관한 이야기가 진지하게 펼쳐진다.

이 문헌에 따르면 용수는 바수키(Vasuki)라는 뱀과 인간 여인 보팔라의 자식이었다. 뱀왕 바수키는 아들 용수를 매우 끔찍하게 사랑하여 어릴 때부터 온갖 약초를 먹여서 키웠기 때문에 뛰어난 마술을 쉽게 부릴 수 있었다. 자라서는 스승으로부터 하늘을 날아가는 도술을 제외하고 모든 도술을 익히기도 하는데, 스승의 주문을 몰래 훔쳐서 하늘을 비행하는 기술을 익히다 우물에 빠지기도 한다. 불경과 같이 자이나교의 문헌에서도 그의 마술적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용수의 저작이라고 하는 불교문헌들 가운데에는 꽤나 주술적인 내용의 것들이 있다.

불교와 관계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라, 그가 도술을 완성하기 위해서 아버지 뱀왕의 도움을 받는 대목이 있는데 아버지의 도움으로 도술에 필요한 자이나교의 신상(神像) 위치를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왕실의 여왕을 꾀어내어 자신이 감로수를 만드는 데 일조하게 하는 내용도 있다. 뱀왕의 도움을 받는다든가 왕실의 여인들을 꾀어내는 내용들은, 마치 불교에서 용수가 용왕의 도움을 받아 바다에서 경전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나 왕실의 여인들을 임신시키는 내용과 꽤나 닮아있다.

불교와 자이나교의 연관성 때문인지, 위의 용수보살 일대기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자이나교에서 전하는 꿈의 이야기까지 불교와 흡사한 경우가 있는데, 자이나교가 불교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아니면 불교가 자이나교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예컨대, 자이나교의 창시자인 마하비라(Mahāvīra)의 출생과 그 사건을 둘러싼 태몽의 경우가 그렇다.

마하비라의 어머니는 왕비 트리샬라(Triśalā)였으며, 그의 아버지 이름은 싯다르타였다. 이 싯다르타는 당연히 석가모니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동명이인일 뿐이다. 그렇지만 석가모니와 같이 왕족이었으니 트리샬라의 계급은 크샤트리야 계급이었다. 자이나교 경전에 따르면, 바라문 여인의 자궁에서 크샤트리야 여인의 자궁으로 잉태된 마하비라의 씨가 옮겨지는데, 이 일을 하는 존재가 인드라 신이다. 룸비니 동산에서 석가모니가 탄생할 때 석가모니를 마야부인으로부터 받아낸 그 신이다. 인드라 신은 기능적으로 크샤트리야의 기능을 갖는 대표적인 신인데, 어떠한 식으로든지 석가모니의 탄생이나 마하비라의 탄생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인드라 신의 출현과 크샤트리야의 계급성은 다른 방식으로 더 강조된다. 그를 상징하는 흰 코끼리가 그것인데 이는 석가모니의 탄생뿐만 아니라, 모든 자이나교의 스승들이 태어날 때 그들의 어머니가 꾸는 꿈속에 첫 번째로 나타나는 상징물이다. 다만 마야부인 꿈속의 백상(白象)은 여섯 개의 어금니, 마하비라의 어머니인 트리샬라 꿈속에는 네 개의 어금니를 가진 백상일 뿐이다.

트리샬라는 마하비라를 잉태했을 때 매우 긴 꿈을 꾸었는데, 여기서 흰 코끼리를 비롯한 열네 가지의 상서로운 징표들을 보게 된다. 그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흰 코끼리, 흰 소, 사자, 여신 슈리(Śrī), 꽃다발, 해와 달, 깃발, 꽃병과 호수, 바다, 천상, 보석과 불 등이다. 이것들이 나타나는 연속적인 강렬한 꿈을 꾸고 트리샬라는 아침에 남편을 찾아가 꿈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편인 싯다르타 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며 트리샬라의 이야기가 태몽이며 그 아이가 커서 위대한 왕이 될 것이라는 자신의 예감을 들려준다. 그리고 다시 신하를 시켜 궁으로 예언자를 불러와 정확한 해몽을 듣는다.

예언자들은 자이나교의 서른 가지 상서로운 꿈 가운데 열네 가지의 상서로운 꿈을 꾸었다며 기뻐한다. 그리고 예상하듯이, 불교의 싯다르타 태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예언자들은 똑같은 대답을 왕에게 전한다. ‘이 아이는 분명 거대한 땅과 군대를 거느리는 전륜성왕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삼계(三界)를 우주의 율법으로 다스리게 될 법왕, 승리자(Jina)가 될 것입니다.’ 이후, 아이가 태어나고 인드라가 관정을 하는 것도 유사한 형태로 전개된다.

그런데 마하비라의 어머니 트리샬라의 꿈들은 한 여인만이 꾸었던 것이 아니라, 과거 여러 수행자들의 어머니들이 그들을 잉태했을 때 꾸었던 ‘공동’의 태몽이었다. 예언자들은 왕 앞에서 해몽을 하면서, 트리샬라와 같은 꿈을 과거 어떤 여인들이 몇 가지나 꾸었는지 헤아리는 대목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실제의 집단적 무의식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자이나의 경전은 옛날 인도인들이 공유하고 있었던 꿈과 그 해석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사정은 불교의 경전도 동일하다. 이들은 거듭 집단이 공유하는 꿈들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한다.

어떻게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의 꿈과 마하비라의 어머니 트리샬라의 꿈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해석의 정황도 유사하게 그려지게 되었을까. 어떻게 용수보살의 일생은 불교나 자이나교에서 유사하게 그려지는 것일까. 고대의 인도인들은 위대한 전기(傳記) 문학을 만들어내는 자산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단지 앞 시대의 것을 베껴 전할 뿐인, 의고적인 관습일 뿐인가.

심재관 상지대 교양대학 교수 phaidrus@empas.com

필자 사정으로 부득이 연재를 마칩니다.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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