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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한용운의 ‘찬송’

기자명 김형중

부처 본질 ‘님과 사랑’으로 규정
부처님을 찬양하고 찬송하는 시

사랑·자비가 성자 마음의 바탕
사랑 없는 세상은 빙하의 얼음
님은 중생 구제할 깨달은 부처
정의로운 애국 열사를 상징해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가 되도록 천국의 사랑을 받읍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의 첫 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가 무거웁고 황금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밭에 복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봄과 광명과 평화를 좋아하십니다/ 약자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의 보살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바다에 봄 바람이여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찬송’은 부처님을 찬양하고 찬송하는 시이다. 부처가 되려면 수많은 시간 동안 수행과 단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시인은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결입니다”라고 읊고 있다.

순금이 나오려면 수많은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하듯 수행자도 깨달음을 얻어 부처 되려면 피나는 구도와 수행 과정을 거쳐야 위대한 한 성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수행하지 않고 깨달은 사람은 없다. 스스로 책(경전)을 보거나 스승에게 배우지 않고 진리를 깨달은 사람은 없다.

만해는 진리를 깨달은 부처님께 1연에서는 “천국의 사랑을 받읍소서”라고 하였고, 2연에서는 “거지의 거친 밭에 복의 씨를 뿌리옵소서”라고 하였고, 3연에서는 “약자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의 보살이 되옵소서”라고 읊고 있다. 수행하여 진리를 깨달았으면 중생을 구제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각 연의 종장에서 부처와 보살의 본질을 “님이여 사랑이여”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랑은 자비다. 사랑과 자비가 성자의 마음 바탕이요, 본질이다. 사랑이 없는 인간세상은 온기 없는 냉랭한 빙하의 얼음조각이다.

그래서 부처를 “아침의 첫 걸음이여” “옛 오동의 숨은 소리여” “얼음바다의 봄 바람이여”라고 읊고 있다. ‘새 아침의 첫 걸음’은 힘차고 희망적이다. ‘옛 오동의 숨은 소리’는 아름다운 가야금의 울림이다. ‘얼음바다의 봄 바람’은 따듯한 인간의 자비의 베풂을 상징하는 시구이다.

만해가 1931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성탄’이란 봉축시를 ‘불교’지에 발표했다. ‘성탄’은 인도 카필라국 왕자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날을 기린 것이다. 그러나 만해가 ‘찬송’에서 기리는 ‘님’은 고통 받고 있는 중생을 구제할 깨달은 부처나 보살, 국민과 민족을 구원할 선각자, 어두운 세상을 구원할 광명과 평화의 메시아, 나라를 잃은 백성들에게 용기를 주는 의롭고 정의로운 애국 열사를 상징하고 있다.

만해는 ‘님이여’를 6번이나 반복하며 부처님의 사랑과 자비를 중생에게 베풀어 줄 것을 소망하는 부름이요 외침이다. 중생이 스스로를 수행을 통해 단련시켜 부처가 되어 이 땅에 오셔서 구원의 메시아 즉, 자비의 보살로 오실 것을 소망하고 있다. 얼음바다에 봄바람을 몰고 올 선각자를 기대하고 있다.

만해에게 찬송을 받을 만한 대상은 잃어버린 나라와 조국을 구원할 메시아는 미륵불이였다. 희망의 미래불이다. 그 부처는 중생이다. 어리석은 중생이 스스로 무지함을 털고 일어나면 깨달은 보살이요 부처가 된다. 누구나 용기를 가지고 수련하고 단련하면 봄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민족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 암울한 시대에 새 아침을 열고 광명과 평화의 봄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선구자를 기대하는 시이다.

중생이 부처이다. 진리를 깨달으면 부처가 아닌 중생이 없다. 억겁의 인연과 공덕으로 생겨나서 우리 곁에 생존하는 유정(有情)의 생명체인 중생을 찬양하고 찬송하라.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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