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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교육학 선구자 박선영 동국대 명예교수 별세

기자명 이재형
  • 부고
  • 입력 2018.06.21 14:24
  • 수정 2018.06.21 15:39
  • 호수 1445
  • 댓글 0

6월20일 오후 7시경 지병으로
빈소는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저술·논문으로 불교교육학 정립
한국종교교육학회 창립도 주도

고 박선영 동국대 명예교수. 법보신문 자료사진
고 박선영 동국대 명예교수. 법보신문 자료사진

불교사상의 교육철학적 체계를 모색하고 정립했던 불교교육학의 선구자 열로(悅路) 박선영 동국대 명예교수가 6월20일 오후 7시경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8세. 빈소는 서울 서초구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11호실이며, 발인은 22일이다.

1941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박 교수는 어릴 때부터 불연이 깊었다. 청소년 시절 수덕사 선원에서 참선수행을 했으며, 해인사와 범어사 강원에서 교학도 공부했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동국대 전체 수석으로 불교학과에 입학한 박 교수는 불교학에 대한 열정은 물론 의협심도 대단히 강했다. 1960년 4·19때에는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혁명에 참여함으로써 다음해 4월 대한민국 건국포장을 받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인 1969년 동국대 부속 중고등학교에서 교법사로 활동을 시작한 박 교수는 이때부터 본격적인 교육자 및 교육학자의 길을 걸었다. 고려대 교육대학원과 동국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사학위를 받은 박 교수는 1980년 동국대대학원에서 ‘불교적 교육관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불교를 교육학에서 접근한 첫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다음해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보완 집필한 ‘불교의 교육사상’(동화출판사, 1981)에서 박 교수는 불교사상에 입각한 교육적 인간상이란 불교적인 인간상을 의미하며, 불교의 교육적 인간상은 결국 ‘지혜롭고 자비로운 자주인’ ‘밝고 따뜻한 주체적 인간’으로 규정했다. 그러고는 초기경전과 대승경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부처님은 고통의 세계를 벗어난 진리의 완성자인 동시에 중생을 학생처럼 여겼던 자비심 가득한 교사였음을 치밀하게 밝혔다. 박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과 저술은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1981년 한국교육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박 교수는 이후 60여편의 논문과 20여권의 저서 및 공저를 통해 불교교육학의 기틀을 다졌다. 또 많은 후학들을 불교교육이라는 새로운 학문세계로 이끌었다. 한국교육학회, 교육철학연구회장을 비롯해 한국교육학회 이사, 불교사상연구회 이사, 교육부 검·인정도서 심사위원장 등을 지내며 박 교수는 교육학과 불교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특히 1995년 6월에는 한국종교교육학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을 맡아 전국 규모의 권위 있는 학회로 성장시켰으며, 종교교육학의 학문적 위상 정립에 지대한 기여를 했다.

교육학과 불교학의 권위자였던 박 교수는 학문의 틀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사회적인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늘 불교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청소년 폭력이 사회문제로 불거졌을 때 박 교수는 법보신문 기고를 통해 청소년을 탓하기에 앞서 그 원인이 입시위주의 획일적인 교육, 향락적이며 폭력적인 저질문화, 식민지 및 군사정권시대의 강압적 사회문화 등 기성세대가 저지른 업의 과보임을 지적하고 불교에서 남을 해치지 않는 ‘불해(不害)’와 근면을 어떻게 교육현장에서 실현할 것인가를 제시했다. 또 뇌사합법화 문제와 관련해 불교에서는 죽은 사람도 인권의 심각한 고려 대상이지만 불교에서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제공하라는 생명공양의 자비사상이 강조되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뇌사자의 장기기증은 성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밖에 수차례의 법보신문 기고를 통해 다종교사회에서 종교교육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강남성모병원에 마련된 고 박선영 동국대 명예교수의 빈소.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선영 동국대 명예교수의 빈소.

박 교수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과 애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는 “박 교수님은 종교를 통한 인간교육의 큰 서원과 구도자적 열정으로 종교학, 불교학, 동서철학, 교육학은 물론 문화예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에 진력해오셨다”며 “특히 대승불교 사상에 바탕한 불교적 교육관의 정립으로 불교교육의 지평을 열게 한 그분의 학문적 성과는 후학들에게 두고두고 신선한 활력과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의 지도 제자인 정혜정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선생님께서는 정년퇴임 후 오랫동안 지병으로 고생을 해오셨다”며 “늘 제자들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이끌어주고 감싸 안아주셨던 스승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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