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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광덕문도회, 불광사를 혼돈의 수렁에 빠뜨렸다”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18.06.22 16:18
  • 수정 2018.07.02 17:07
  • 호수 1445
  • 댓글 4

전형근 국립공원공단 전 감사 기고
6월13일 창건주로 지오 스님 선출
법적 효력·절차 무시해 분쟁 초래
조계종 종헌종법과 대각회 정관엔
창건주 임기는 종신…승계만 가능

 

1995년 조계종 총무원 사회과장을 시작으로 재무회계팀장,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사무국장 등 20년 세월 동안 종단 내 여러 소임을 맡았던 전형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전 상임감사가 최근 서울 불광사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보내왔다. 전형근 전 상임감사는 “1972년부터 7년간 대각사에 머물며 광덕 스님을 처음 친견한 후 불광법회 창립, ‘월간 불광’ 창간 등 전법행을 생생히 지켜봤다”며 “이런 인연으로 이번 불광사 사태를 맞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글을 썼다”고 밝혔다. 기고문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현대한국불교의 자랑이었던 광덕문도가 갑자기 빛을 잃었다. 법과 정통성은 사라지고 조급한 마음과 남이 이룩한 성과를 손쉽게 얻고자 하는 욕심이 앞선 나머지 잘못된 선택을 했다. 스스로의 허물을 살피고 화합과 발전을 도모하는 대신 스스로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광덕문도는 지난 6월 13일 지오 스님을 불광사의 새 창건주로 선출했다. 지홍 스님이 광덕문도를 떠나겠다고 밝힌 뒤 불과 두 시간 만에 나온 결정이다. 그러나 그 날의 결정으로 인해 횃불처럼 타오르던 전법도량 불광사는 혼돈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은 혼란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한다. 법이 없으면 질서가 사라지고, 혼돈과 무질서로 갈팡질팡하게 된다. 지금 광덕문도의 모습이 딱 이런 상황이다. 문도회가 혼돈과 무질서로 우왕좌왕하는 이유는 법과 절차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서둘러 창건주를 선출했지만 직면한 현실은 권한 부재와 법적 분쟁에 대한 염려뿐이다. 문도회는 창건주만 새로 선출하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선출된 창건주가 아무런 법적 권한과 정통성이 없다는 것은 불광 내부는 물론이고 이 사태를 바라보는 불교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이런 우려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현실로 나타났다. 교계 언론이 문도회의 결정에 대해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창건주를 뽑았지만 절차적 정통성이나 법적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조계종의 종헌과 종법에는 창건주는 선출이 아니라 승계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한 문도의 결정과 관행이 종헌과 종법이라는 법적 구속력을 능가할 수 없다. 광덕문도 역시 조계종이기 때문에 종헌 종법을 따라야 한다. 나아가 대각회의 정관을 보아도 광덕문도회의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법적 효력과 정통성이 없는 결정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갈등을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밖에 없다.

법적 권한의 유무를 떠나 이번 광덕문도회의 결의는 절차적 과정에서도 큰 하자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전임자의 사직서도 확인하지 않고 후임 창건주를 선출하는 절차적 오류를 범했다. 전임자의 거취도 명확히 확인하지 않고 후임자를 뽑은 것이다. 모든 단체의 장이 그렇듯이 후임자를 선출하려면 전임자의 임기가 완료되었거나, 스스로 사직하였거나, 또는 법적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 해임되어야 한다. 하지만 광덕문도회는 그런 절차적 문제를 확인하거나 거치지도 않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창건주로서 지홍스님의 임기는 완료되지 않았으며, 법적 권한도 소멸되지 않았다. 종헌과 종법, 대각회의 정관은 창건주의 임기를 종신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자의 사직서도 없고, 해임되지도 않았다면 새로운 창건주를 뽑을 수 없다. 무엇보다 문도회는 창건주를 해임할 어떤 법적 권한도 없다.

그렇다면 광덕문도회는 왜 이와 같이 어리석은 결정을 서둘러 내렸을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안일하고 미숙한 판단과 욕심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 도심전법 도량으로 발전한 불광사라는 물욕에 매몰되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을 무시하고 조급한 결정을 내렸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문도회의 화합과 불광의 발전이 아니라 욕심이 앞섰기 때문에 억지가 난무하게 되었고, 법적 근거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었다.

문도회에서는 ‘구두로 사퇴의 뜻을 밝혔다’, ‘문도회 탈퇴 발표가 곧 사임’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억지에 가까운 자의적 해석일 뿐이다. 문도회에서 탈퇴하는 것이 곧 창건주 사퇴를 의미하지 않음은 3살 먹은 어린아이도 아는 이치다. 교계언론만 보아도 이번 문도회의 결정은 적법한 창건주의 교체가 아님을 보도하고 있다.

과정이 정당하지 않고, 결정에 법적 효력이 없음으로 혼란은 가속될 수밖에 없다. 지홍 스님의 축출과 퇴진을 외쳤던 사람들이 오히려 지홍 스님 찾기에 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폭언과 폭력을 앞세워 하루 빨리 퇴거를 요구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떠난 사람을 찾아야할 처지가 되었다. 해임되었다는 사람에게 법석에 올라도 될지를 묻고, 창건주를 맡아도 될지를 묻는 상황이 이를 잘 말해준다. 자신들이 내린 결정이 법적 효력과 정통성이 없음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에 불법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잘 못된 일처리에 대해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려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법적 정당성이 없는 창건주를 뽑았기 때문에 사태는 장기화되고, 분열과 갈등은 깊어 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선장을 잃은 불광호의 서글픈 현실이다.

전형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전 상임감사
전형근 국립공원관리공단 전 상임감사

문도회는 지홍 스님에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 차분하게 진상조사를 했어야 했다. 사실과 거짓을 구분한 뒤에 진실에 입각하여 사안의 경중에 따라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어야 마땅하다. 퇴보를 거듭하던 불광사를 맡아 중창불사를 완수하고 오늘의 불광사로 발전시킨 공로와 성과는 손톱만큼도 인정되지 않았다.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있고, 재산을 횡령한 것처럼 온갖 거짓 허물을 덮어씌워 내쫓다시피 한 것은 법을 떠나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 곳의 도량을 일구고, 평생 전법행자로 바르게 살아온 스님에게 과도한 불명예를 지게 만든 것은 누가 보아도 납득할 수 없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종헌 종법을 따르고, 합리적 절차를 밟아서 순리에 맞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 지홍 스님과 불광사가 모두 사는 상생의 길이다. 이제라도 조급함을 내려놓고 차분히 사태 해결에 지혜를 모아줄 것을 촉구한다.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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